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0.25%p 인하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 3월 금통위가 이미 -0.50%p의 ‘빅 컷’(1.25%→0.75%)을 단행한 데다, 이번 회의가 신임 금통위원 3명의 데뷔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변경을 미룰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 게다가 지난 4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했던 조동철·신인석 등 비둘기파 위원 2명이 퇴임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한은도 기존의 ‘신중론’ 대신 추가 금리 인하라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또한, 신임 위원 3명이 모두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도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부가 경제 회복을 서두르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만큼, 금통위도 이에 발맞춰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것. 

한은은 이날 기존 2.1%에서 –0.2%로 2.3%p나 하향 조정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시장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조건부 국고채 매입 계획도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온라인으로 중계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대규모로 국고채를 발행하게 되면 수급 불균형에 따라 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장기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다면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필요시에는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직접 인수나 발행시장 매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국고채 발행 증가로 인해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이 생긴다면 유통시장 매입을 통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3차 추경 규모가 최소 30~40조라면 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12~113.9조원 규모로, 작년 대비 최대 3.8배 수준”이라며 “채권 시장 안정화 및 정부의 적극적인 지출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총재가 조건부 매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소극적인 스탠스로 평가하지만, 공식적인 3차 추경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한 대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