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부부의 날'에 어울리는 윤판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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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부부의 날'에 어울리는 윤판나물
  • 정연권
  • 승인 2020.05.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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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판나물꽃.
윤판나물꽃.

 

초록빛 융단 속에 피어오르는 꽃을 만났다. 청초하고 겸손하게 피어나는 꽃송이는 은은한 고운향기를 내놓아 나직이 흔들리며 피어난다. 싱그러운 초록빛에 잔잔한 미소의 노란 통꽃이 고개 숙여 보일 듯 말듯 하면서 발걸음을 잡았다. 백합과의 야생화 ‘윤판나물’이였다. 

고개를 숙이고 피어모습이 가슴을 흔들어 감성에 젖게 한다. 말없이 사랑을 일깨운다.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서 겸손과 배려를 느낀다. 더불어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윤판나물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세 가지 설이 있는데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먼저, 겸손으로 민심을 얻은 윤 판서 같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다. 둘째, 귀틀집을 윤판집 이라고 하는데 꽃받침이 윤판집 지붕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다. 셋째, 잎과 꽃에서 윤기가 난다하여 윤택할 윤(潤) 외씨 판(瓣)자로 윤기 나는 꽃잎으로 둥굴레처럼 먹을 수 있는 나물 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다. 

식물의 특성을 잘 설명했고, 먹을 수 있다는 부연까지 있으니 적절한 이름은 세 번째가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고결한 선비 같다는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다. ‘보탁초(寶鐸草)’라는 부르기도 한다. 보탁(寶鐸)은 절집이나 탑의 네 귀에 매다는 커다란 풍경(風磬)을 말하는데 고개 숙인 꽃부리가 보탁처럼 크고 청아한 소리가 울릴 것 같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학명은 Disporum uniflorum Baker 이다. 속명 디스포룸(Disporum)은 디스(Dis)는 2개, 스폴라(Spora)는 종자를 뜻하는 합성어로 씨방의 각실이 2개의 종자를 가지고 있다하여 유래 되었다. 종소명 우니플로움(uniflorum)은 1개의 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초장은 30∼60cm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으로 잎자루가 없다. 꽃은 황금색으로 가지 끝에 1∼3개씩 아래를 향하여 달린다. 길이는 2∼2.5cm 정도의 통(桶) 모양이다. 

윤판나물꽃.
윤판나물꽃.

 

화분용으로 좋다. 30cm정도 초장과 꽃, 초형 모두 적합하여 화분에 모아 심으면 고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화단이나 정원에는 낙엽수 아래에 심어 반그늘이 되도록 하고 토양은 PH5.5~6.0정도에 물 빠짐이 좋도록 하면 무난하게 가꿀 수 있다. 

생약명은 ‘석죽근(石竹根)’이다. 죽순 군락을 의미하는 백미순(百尾筍), 대나무숲 같다는 석죽림(石竹林)도 같이 사용한다. 기침을 멈추게 하고, 폐에 좋으며 체한 것을 내려가게 하는 등 효능이 있다. 꽃이 피기 전 채취한 어린 새순은 둥굴레처럼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은은하고 상큼한 향기에 사각사각 씹힘과 씹을수록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윤판나물꽃.
윤판나물꽃.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다. 금낭화와 꽃말이 같아 흥미롭다. 꽃말은 같지만 느끼는 감흥과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금낭화가 ‘화사한 여인’의 자태라면 윤판나물은 ‘고결한 선비’의 풍채 같다. 금낭화는 꽃 모양과 자태가 겸손과 사랑의 모습이다. 부드러운 색채와 풍미가 어우러져 언제나 어디서나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하면서 하늘하늘 거리며 끄덕끄덕 하고 있다. 현란하고 화사한 자태지만 꽃들이 주렁주렁 땅바닥을 향해 고개 숙인 것이 마치 언제나 순종하겠다는 모습처럼 보인다. 활처럼 휘어진 긴 꽃대에 하트 모양의 꽃들은 사랑의 상징 꽃이로다. 사랑의 징표로다. 말없이 당신을 따르겠다는 순종의 꽃이요 사랑의 꽃인가 보다.

연두색 융단 속에 피는 윤판나물의 고개 숙인 모습은 겸손하고 점잖은 선비로다. 과묵하고 진지하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체면을 지키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당신의  뜻을 안다고 할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기에 말없이 당신을 따르겠다는 믿음의 사랑이다. 상대방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배려하면서 당신을 따르겠다는 가슴에 와 닿는 사랑이로다.
 
21일 부부의 날에 가장 적합한 야생화라고 생각된다. “사랑은 내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줄게 없나 걱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꽃물결에 싱그러운 꽃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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