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NH농협은행이 1분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다른 은행들이 코로나19 쇼크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선전을 보여, 상대적으로 부진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 숙제를 안은 손병환 행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3162억원으로 전년 동기(3662억원) 대비 13.7% 감소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각각 9.18%, 0.42%로 전년 동기보다 0.07%p, 0.09%p 하락했다. 

농협은행 측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농협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1조301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672억원) 대비 2.7%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1294억원에서 509억원으로 60.7%나 줄어들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손익이 1056억원에서 391억원으로 급감했기 때문. 수수료 이익이 1757억원에서 1883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를 메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농협은행의 입장도 궁색해졌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신한은행(6265억원)과 국민은행(5863억원)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2.4% 증가했다. 

특히, 하나은행(5546억원)은 비용절감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전년 동기보다 15.6%나 순이익이 늘어나 4대 은행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50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하락했지만, 이는 지난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 웅진홀딩스 등 일부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일회성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2분기다. 금융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금리 인하가 실질적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2분기부터 각 은행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분기부터 코로나19의 타격이 그대로 반영된 성적표를 받아든 농협은행으로서는 실적 개선을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건전성 지표가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2분기 전망을 확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부실채권) 비율은 0.57%로 국민(0.36%),  하나(0.37%), 우리(0.40%), 신한(0.46%) 등 4대 은행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NPL커버리지비율) 또한 국민(126.7%), 우리(120.7%), 신한(110%) 등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103.8%를 기록했다. 4대 은행 중 농협은행보다 NPL커버리지비율이 낮은 곳은 하나은행(95.1%) 뿐이다. 

NPL커버리지비율은 은행의 리스크 대비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00%지만, 통상적으로 120%를 넘어야 부실채권 회수가 어려워져도 재무상태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2분기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국의 권고치 이상으로 충당금 적립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은행 실적 부진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지만, 손병환 행장에게 그 책임을 묻기는 시기상조다. 손 행장은 지난 3월 26일 취임해 2개월이 채 안된 때문이다.

다만 양호한 경영성과를 보였던 경영진이 지난 1분기 돌연 교체된 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실제로 이대훈 전 행장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해 연임이 결정됐으나 새 임기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사임했다. 후임 행장으로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출신인 손병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 부사장이 임명되면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고 실적을 올린 이 전 행장의 뒤를 이은 만큼 손 행장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손 행장이 2분기 농협은행 내부 안정과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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