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사진=이준구 교수 블로그 갈무리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사진=이준구 교수 블로그 갈무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지금은 적극적인 적자재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 이준구, “재정확장으로 단기 불황 대처해야”

국내 재정학의 권위자인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경제가 어떤 상황에 있든 건전재정 유지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경직된 사고”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건전재정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재정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확장적 재정정책 하나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 해법을 추구하되, 과감한 재정확장을 통해 단기적으로 불황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재정지출 확대를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건전재정’이란 도그마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크루그먼이나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도 과감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관에서도 재정확장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은 OECD 여러 나라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일본은 다섯 배 이상 높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서슴지 않고 공격적인 확장재정을 추구한다”며 “문제의 핵심은 정부 재정에 적자가 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과연 정부가 생산적인 방식으로 적자재정을 활용했는지의 여부”라고 덧붙였다.

◇ 장하준, “복지국가가 재정도 더 건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또한 24일 이코노미 인사이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로 재정이 매우 건전한 나라”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보수적인 기관에서도 오죽하면 한국은 돈 좀 더 써도 된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재정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

장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복지지출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복지정책을 제일 잘하는 북유럽 나라들이 재정건전성에서 세계 최상위”라며 “복지정책이 제일 센 나라가 재정도 건전하다. 복지와 재정건전성을 연결하는 사람들은 무슨 근거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다만, 장 교수는 “재정정책이 효과가 있지만 잘 디자인해서 장기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게 이끌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장 교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도 ▲친환경 투자 확대 ▲공익적 연구개발 ▲사회적 약자 배려 등의 조건을 달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기회로 삼아 우리가 어떻게 더 좋은 사회를 만들지 생각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