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 병원장 A씨는 20대 초반인 자녀의 명의로 광고대행 및 부동산법인을 설립하고, 매달 병원 광고 대행료 명목으로 해당 법인에 수십억원의 허위광고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해당 자금은 실제 광고활동이 아니라 A씨의 자녀가 20억원대의 강남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쓰였다. 부동산법인이 사실상 편법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된 것.

# 배우자·자녀 명의로 강남 일대 아파트 수십채를 보유한 부동산업자 B씨는 지난 2017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자 고민에 빠졌다. B씨는 가족 명의의 부동산법인을 여러 개 설립한 뒤, 보유 중인 아파트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법인에 모두 분산·이전해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했다. B씨는 또한 현물출자된 아파트를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는 등 투기대책을 피해 300억원대의 부동산 투기를 했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 IT회사를 운영하는 C씨는 회사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뒤 세금신고를 누락했다. 자금출처 조사가 걱정된 C씨는 본인 지분 100%의 1인 부동산법인을 설립하고 횡령한 자금을 대여형식으로 해당 법인에 이전했다. 이후 C씨는 한강변의 40억원대 아파트와 10억원대의 고급외제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호화생활을 누렸다. 

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지난 21일 PD수첩을 통해 부동산법인을 설립하고 가족을 임원으로 등록해 세금을 아끼는 연예계 ‘갓물주’의 행태가 공개돼 국민적인 공분을 산 바 있다.

방송 후 연예인들을 향한 비판여론이 확산됐지만, 사실 부동산법인을 통한 탈세는 연예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부동산법인을 설립해 증여세·양도세 등을 탈루하는 ‘꼼수’도 지역과 직군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 거래량은 무려 1만3142건으로 이미 지난해 거래량(1만7893건)의 7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규 설립된 부동산법인 수 또한 5779개로 이미 지난해(1만2029개)의 절반 수준이다. 

이 중 일부 부동산법인은 편법증여 및 다주택자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수십채의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도 다수의 법인을 설립해 1채씩 이전해두면 1주택자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자녀명의로 설립한 부동산법인을 통해 자녀의 주택 매입 자금을 지원하고, 증여세는 회피하는 행태도 비일비재하다. 

23일 국세청은 1인·가족 부동산법인 총 6754개를 전수조사한 뒤, 그중 27개 법인에서 고의적 탈루 혐의를 적발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인은 대부분 1인 주주이거나 4인 이하의 가족법인으로 설립 목적 또한 ▲자녀에게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 9건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규제를 회피 5건 ▲자금출처조사 회피 4건 ▲부동산 판매를 위해 설립한 기획부동산 9건 등 다양했다. 

국세청은  27개 법인에 대해 편법증여 및 자금 출처, 법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 시 세금 납부 여부 등을 검증해 탈세 혐의가 있는지 엄격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법인 대표와 가족은 물론, 부동산 구입에 회사자금을 유용한 경우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고, 차명계좌·이면계약서 등을 통해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다주택자 규제 회피를 위해 설립한 부동산법인의 주택 거래에 대해서도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등 개인과 법인 다주택자의 형평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세청은 부동산 법인을 가장해 부동산 투기규제를 회피하려는 모든 편법 거래와 탈루행위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나가겠다”며 “부동산 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세원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격하게 관리된다는 점을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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