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불주사(BCG)' 코로나19 면역 효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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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불주사(BCG)' 코로나19 면역 효과 있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4.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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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과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24일 결핵예방백신이 코로나19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자료=메드아카이브
뉴욕공과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24일 결핵예방백신이 코로나19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자료=메드아카이브

전 세계가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에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완만한 확산세와 낮은 치명률을 보이는 한국의 방역대책에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또다른 성공배경으로 꼽힐 수 있는 요인이 학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이 이미 1970년대 도입해 현재 95%를 넘는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결핵예방백신(BCG)이다. 

지난달 24일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한 편의 논문이 올라왔다. 뉴욕공과대학(NYIT) 연구팀이 작성한 이 논문의 제목은 “보편적 BCG 접종 정책과 코로나19 질병률 및 치명률 감소의 상관관계”로, 국내에서 ‘불주사’로 불렸던 결핵예방백신(BCG)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논문의 내용은 간단하다. 우선 이들은 인구 100만명 이상의 국가 중 BCG백신 접종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나눈 뒤, 지난달 21일까지 100만명 당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비교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BCG 접종을 시행 중인 55개 국가의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0.78명에 그친 반면, BCG 접종을 하지 않는 5개국(이탈리아, 미국, 레바논, 네덜란드, 벨기에)은 16.39명으로 무려 21배나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한 1947년 BCG백신을 도입한 일본(0.28명)과 1920년 도입한 브라질(0.0573명)을 비교하며, 도입 시기가 이를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도 줄어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어 BCG백신은 인터루킨-1베타(IL-1β)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켜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했다. IL-1β는 항바이러스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국내외 언론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30일 뉴스1을 시작으로 주요 통신사 및 일간지가 해당 논문의 내용을 소개했으며, BCG백신이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한 희망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반면,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은 2일 ▲해당 논문이 피어리뷰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BCG백신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거론된 일본과 브라질의 사망률이 지난달 31일 역전됐다는 점을 이유로 해당 논문의 신뢰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 NYIT 발표 이후 관련 연구 줄이어

뉴스톱의 지적처럼 메드아카이브에 올라오는 논문들은 학술지 게재를 위한 필수 절차인 피어리뷰, 즉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교차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임상실험이나 방역대책의 참고자료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BCG백신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에 대한 가정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인지, 아니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인지는 다른 문제다. 실제 지난달 24일 이후 메드아카이브에는 해당 논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듯, BCG백신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이 10편 더 올라왔다. 이 논문들 중 NYIT 연구팀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5편. 다른 3편은 반대, 2편은 조건부 인정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편의 논문들이 다루는 공통의 핵심 쟁점은 ‘교란변수’다. 국가별 경제수준이나 의료인프라, 코로나19 발생 시점, 성비, 연령 등 BCG백신과 코로나19 간의 인과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다른 변수의 존재를 NYIT 연구팀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시건대학 연구팀이 지난 5일 온라인에 공개한 논문 일부. 결핵예방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국가별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메드아카이브
미시건대학 연구팀이 지난 5일 온라인에 공개한 논문 일부. 결핵예방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국가별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파란선이 결핵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국가, 빨간선은 실시하지 않는 국가, 녹색선은 과거 실시했으나 현재 중단한 국가를 뜻한다. 자료=메드아카이브

◇ 찬성 측, “다양한 변수 고려해도 BCG백신 효과 뚜렷”

BCG백신의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지지하는 논문 5편은 NYIT 연구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조사대상 국가를 확대하거나, 잠재적 교란변수 후보들을 분석모델에 추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지난 1일 공개한 논문은 기존 분석모델에 1인당 국민총생산(GDP), 65세 이상 인구 비율 등의 변수를 추가했다. 연구팀이 지난달 29일 기준 확진자 수 상위 50개국의 100만명당 사망자 수를 비교한 결과 BCG백신을 접종하는 국가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5.78배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시건대학 연구팀 또한 1인당 GDP를 비롯해 중위 연령, 총 인구 수 및 인구밀도, 순이주율, 지리적 위치 등의 변수를 고려해 BCG백신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다시 분석했다. 이 논문의 특별한 점은 100만명당 확진·사망자 수 같은 수치가 아니라, 확진자 발생 후 1개월간 증가 추이를 분석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BCG백신을 접종하는 국가는 2000년 이전 접종을 중단했거나, 아예 접종 정책을 도입한 적이 없는 국가에 비해 확연히 완만한 증가 추이를 보였다. 즉, BCG백신이 ‘플래트닝 커브(Flattening the curve)’ 효과를 가진다는 것. 

미국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가 8일 온라인에 공개한 논문 일부. 100만명당 코로나19 검사 수가 2500건 이상인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결핵예방백신 접종과 코로나19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메드아카이브
미국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가 8일 온라인에 공개한 논문 일부. 100만명당 코로나19 검사 수가 2500건 이상인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결핵예방백신 접종과 코로나19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메드아카이브

◇ 반대 측, “코로나19 검사 수와 발생 시점, 나이가 ‘교란변수’”

반면, NYIT 연구팀 주장에 반대하는 논문들은 BCG 백신과 코로나19의 인과관계를 왜곡시킨 교란변수가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 연구팀이 8일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교란변수는 ‘검사 수’다. 이들은 지난 7일 기준 확진자 수가 500명 이상인 78개국 중 100만명 당 코로나19 검사 수가 2500건 이상인 44개국으로 분석 대상을 제한했다. 이후 BCG백신 접종 정책 도입 여부와 100만명당 확진자 수 및 치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BCG백신 접종 정책을 중단했거나 도입한 적 없는 국가 대부분은 유럽·북미에 집중돼있다. 결핵이 ‘후진국형 질병’으로 취급되는 만큼, 발병률이 극히 낮은 서구권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BCG백신 접종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국가는 비교적 높은 코로나19 검사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검사율이 낮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아직 BCG백신의 보편적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저소득 국가의 경우, 의료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인해 검사율이 낮아 확진·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베일러 의과대학 연구팀은 국가별 코로나19 발생 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9일 공개한 논문에서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BCG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이를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기간으로 나눈 ‘1일 사망률’을 비교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마두카 파이 맥길대학교 국제결핵센터장
전문가들은 결핵예방백신에 대해 과도한 기대보다는 실험을 통한 증거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마두카 파이 맥길대학교 국제결핵센터장

◇ 결핵전문가, “BCG 효과, 확신할 수 없는 단계”

코로나19는 아직 현재진행형인 만큼, BCG백신 접종의 효과에 대해 단언하기는 이르다. BCG백신의 효과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다양한 변수를 분석모델에 추가해도 여전히 뚜렷한 연관성이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부터 한 달 후 같은 방식으로 다시 분석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분석단위 또한 문제다. BCG백신 효과에 대한 연구의 토대가 된 ‘BCG 월드 아틀라스’의 설립자 마두카 파이 맥길대학교 국제결핵센터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를 분석단위로 한 연구를 토대로 개인 차원의 추론을 제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BCG백신 접종 여부와 코로나19 감염·사망위험 간의 관계를 분석하지 않는 한, BCG백신의 효과를 강하게 주장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것이 BCG백신 효과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까지 나온 여러 연구들이 주장하는 것은 BCG백신의 효과를 일방적으로 믿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BCG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의미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실제 해외에서는 BCG백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 멜버른 소재 ‘머독 어린이연구소’는 최근 수천 명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6개월간의 BCG백신 실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임상실험을 총괄하는 나이절 커티스 교수는 “BCG백신의 효과를 검증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험”이라며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면 애초에 실험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두카 파이 교수는 BCG백신의 효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12일 포브스를 통해 “기존 연구의 제한점이 이미 많이 논의됐으며, 이를 검증하는 방법은 임상 실험 뿐이다”라며 “환호를 가라앉히고 임상 실험 증거를 기다리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BCG백신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가설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동선 추적, 공격적 검사와 격리 등의 조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방역대책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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