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러시아에게 1000~15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러시아에게 1000~15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에 중재자로 나서며, 폭락하던 국제 유가가 잠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 정상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한 나의 친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방금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들이 대락 1000만 배럴 이상 감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원유·가스업계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산 규모는) 150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즉각 효과를 냈다. 감산 합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30%를 넘는 반등세를 보인 것.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4.67%(5.01달러) 상승한 25.3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 하루 1500만 배럴 감산,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폭락하던 국제유가를 끌어올렸지만, 전문가들은 반등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1500만 배럴의 감산을 예상한다고 말했지만, 사우디·러시아만 감산에 참여하는 것인지, 다른 산유국들도 동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하루에 1000만 배럴을 감산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 단위가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일 단위로 계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1500만 배럴 감산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최근 증산을 거듭했음에도 각각 1200만, 1100만 배럴 수준이다. 감산이 시급하다고 해도 양국 일일 생산량의 절반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산유국 전체가 동참한다고 해도 1500만 배럴은 적지 않은 수치다. 미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지난해 리스 콘덴세이트를 포함한 전 세계 일일 원유 생산량은 약 8062만 배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감산 규모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16% 수준이다. 세계 원유 저장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감산은 쉽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 관련 트윗 이후 국제 유가가 장중 30% 가량 반등했다. 자료=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 관련 트윗 이후 국제 유가가 장중 30% 가량 반등했다. 자료=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 로이터통신, “미국 감산은 없을 것”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1000~1500만 배럴 감산은 미국의 동참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무엇보다 미국의 참여 없이 사우디와 러시아에게만 감산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명분도 부족하다. 

문제는 국가가 원유 생산량을 일방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사우디·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생산자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 미국석유협회(API) 마이크 소머즈 회장은 지난달 20일 “텍사스산 원유 생산 및 수출에 쿼터를 두는 것은 비효율적 기업을 지원함으로서 효율적인 기업을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도 감산에 동참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3일 익명의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국 석유업체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시장 상황에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들에게 감산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국내 석유기업에게 의무적인 감산을 요구할 수 없다”며 “미국 기업들은 이전부터 시장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해왔기 때문에, 추가 감산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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