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의주-단둥 국경지역의 조중친선다리 전경. 사진=통일부
북한 신의주-단둥 국경지역의 조중친선다리 전경. 사진=통일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시행 중인 강력한 봉쇄조치로 인해 장기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벤자민 카제프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27일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역 언론 보도 및 북한 내 시장 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을 막기 위한 북한 정부의 조치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경제적 우려가 제기된다”며 “북한은 이미 코로나19 대응조치로 인해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봉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말 해외 관광객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국경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북한 교역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연결통로도 완전히 차단됐다. 

북한의 국경봉쇄는 단순히 과시용이 아니라, 북중 간 밀무역까지 완전히 중단시키는 실질적 조치였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중 국경에서 벌어지는 밀무역은 만연한 부패로 인해 성행했으며, 북한 정부도 대체로 눈감아주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은 밀수업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국경 감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도 지역 주민들에게 북중 국경에 가까이 갈 경우 피격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실질적인 국경봉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북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국내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평양·신의주·혜산 등 3개 도시의 평균 쌀값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점차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쌀 1kg당 가격은 5363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12월초(4167원)에 비해 28.7%나 상승했다. 이마저도 2월 중순 5927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소폭 안정된 것이다. 

평양·신의주·혜산 3개 도시 쌀 1kg 당 평균 가격 추이. 자료=데일리NK
평양·신의주·혜산 3개 도시 쌀 1kg 당 평균 가격 추이. 자료=데일리NK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정부의 실질적인 국경 차단으로 인해 주민들이 식료품을 비축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했으며, 최근 쌀값이 소폭 하락한 것 또한 정부의 가격 제한 정책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농민들은 손해를 보고 농산품 팔거나, 썩는 것을 감수하고 비축해두는 수밖에 없다”며 “이는 중국의 많은 음식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북한 농민들은 저장공간이 (중국보다) 훨씬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지역간 가격 차이도 심각한 상황이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이 데일리NK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쌀값 상승세가 가장 가파랐던 혜산시의 쌀 1kg 당 가격은 2월 중순 평양·신의주 대비 20% 가량 높은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지난달 혜산시의 쌀값 상승은 (북한 정부의) 국내 통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쌀 같은 상품이 지역 시장 간에 유통되지 못한다면 특정 지역에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농업뿐만이 아니다. 북중 국경 차단으로 산업재 교역통로가 막히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는 이미 북한 경제를 침체시킨 대북제재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무산광산의 생산량은 국경 차단 이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농업과 공업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경제상황은 극단적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국 내 상황을 통제하는 것도 벅찬 중국의 원조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 북한의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북한 정부는 이달 들어 여섯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관심을 호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습적인 군사도발로 인해 국제 원조의 가능성조차 차단하는 모양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은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한 수단도 부족한데, 봉쇄조치로 인해 처참한 상황을 맞는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며 “만약 북한이 수입품의 반입 속도를 조절하며 적절히 검사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면, 북한 내 식량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