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기 몰린 '플랫폼 노동자' 선진국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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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 몰린 '플랫폼 노동자' 선진국의 해법은?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3.27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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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열린 '2020 배민을 바꾸자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열린 '2020 배민을 바꾸자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이 공급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노동자와 정식 고용계약을 맺고, 고용된 노동력으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했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확산된 지금은 이러한 전통적 고용보다는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의 인력을 초단기로 고용하는 ‘플랫폼 노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노동을 의미한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 배달기사나, 우버·타다 등 승차공유서비스 운전기사 등이 대표적이지만, 가사, 돌봄노동, 쇼핑 대행 등 분야는 다양하다. 전통적인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회적이고 비정기적인 방식으로 일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면 ‘플랫폼 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존의 법과 제도는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인 노동자들과 동일한 보호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전속성이 없어 산재보험의 혜택도 받기 어려우며, 그 외 4대보험 가입률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임금 또한 건당 수수료 및 시급·일당의 형태로 지급되며,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경기연구원
플랫폼 노동자들은 위험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불분명한 고용계약 등의 위협을 받고 있다. 자료=경기연구원

◇ 경기연구원, “플랫폼 노동자, 소득·고용 불안정 심각”

실제 경기연구원이 지난 1월 배달기사 및 대리운전기사, IT 프리랜서 등 수도권 플랫폼 노동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대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78.8%), 산재보험(46.0%), 국민연금(45.6%), 고용보험(29.2%)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건강보험 91.5%, 국민연금 87.5%, 고용보험 87.2%)을 감안하면, 건강보험을 제외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소득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IT 개발 및 프로그래밍 프리랜서의 경우 월 276.9만원의 소득을 올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택시기사 211.3만원, 퀵서비스 211.3만원, 음식배달기사 188.7만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대리운전기사는 월 평균소득이 131.7만원으로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179만531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을 낮은 수준으로 묶어놓는 것은 높은 중개플랫폼 수수료 때문이다. 수입에서 건당 수수료나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퀵서비스기사 87.5%로 가장 높았으며, 대리운전기사 87.0%, 음식배달기사 80.0% 등의 순이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 퀵서비스·음식배달·대리운전·택시운전 등 4개 업종 모두 계약기간·보수액·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조건이 서면계약서에 명시된 경우가 절반을 넘지 못했다. 구두계약으로만 체결했거나 아예 특별한 계약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명문화된 계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8월 한 우버 드라이버가 AB5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팻말을 든 채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자료=ABC10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해 8월 한 우버 드라이버가 AB5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팻말을 든 채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자료=ABC10 방송화면 갈무리

◇ 미국, "우버 드라이버도 노동자, 회사 책임 준수해야"

이 같은 현실의 뿌리에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태어난 ‘플랫폼 노동자’들을, 전통적인 ‘노동자’의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난제가 놓여있다. 전통적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노동자 개념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으로는, 일회적이고 비정기적인 노동을 반복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기존의 법·제도를 개혁해 플랫폼 노동자를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와 혜택의 울타리 내로 포섭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승차공유서비스 우버·리프트 운전기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AB5(Assembly Bill 5)’ 법안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AB5 법안은 ▲회사의 지휘·통제로부터 자유롭고 ▲회사의 주요 사업이 아닌 업무를 수행하며 ▲회사와 독립적인 사업에 종사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개인사업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우버로부터 개인사업자로 분류돼왔던 우버 운전기사들은 향후 회사로부터 유급병가 및 실업보험 등의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도 노동의 형태를 차별하지 않고 공동의 울타리에 담기 위한 제도 개혁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6년 노동법을 개정해 고용상태와 관련 없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호 및 노동 관련 보호를 적용하고, 노동조합 결성 및 단체교섭의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파리 항소법원에서 우버 운전기사를 고용인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플랫폼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지자체도 노력해야

국내에서도 새로운 ‘플랫폼 노동’을 포괄할 법·제도적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배달대행업체 ‘요기요’ 배달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 대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과를 통보한 바 있다. 배달 앱을 통해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관계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받은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문제는 노동부의 결정이 해당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은 그 자체도 하나로 포괄해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고용관계와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 국내 플랫폼 종사자가 5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들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법령 개정에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법률 해석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 시간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당장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기연구원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보장은 중장기적 과제이자 정부의 획기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취약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보호조례 제정 및 사회협약 추진 등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조치들을 긴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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