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구상권 소송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소를 취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화손보는 금액을 하향조정하고 소를 취하하기로 유가족과 합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유가족은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혀 의문이 제기된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회사가 어딘지 밝혀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에 따르면, 2014년 오토바이 사고로 초등학생 A군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보험사는 1억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A군과 모친에게 4:6의 비율로 지급했다. 6000만원은 A군의 후견인에게 지급됐으며, 9000만원은 모친이 사고 전 고국인 베트남으로 돌아가버려 현재까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화손보가 최근 A군에게 사고 당시 상대차량 동승자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지급한 5533만원 중 절반인 2691만원을 돌려달라며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청원글의 원 출처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12일자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행권고결정 고소장에 따르면, A군은 한화손보에 2619만원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소송 비용 또한 부담해야 한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한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 부모를 잃은 초등학교 6학년 아동에게 소송을 제기한 점 ▲보험금은 모친과 A군에게 6:4로 분배하고, 구상금은 전액 아이에게 청구한 점 ▲사망한 부친의 오토바이 사고 과실이 50%로 과도하게 설정된 점 ▲모친에게 지급할 보험금은 당사자가 없다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지날 때까지 버티면서, 아이에게는 구상금을 청구한 점 등을 지적하며 한화손보가 지나치게 비윤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손보는 24일 언론을 통해 “법적인 소멸시효 문제가 있어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유가족 중 법에 대해 이해가 깊은 유가족대표와 자녀의 상속비율 범위 내 금액에서 일부 하향조정된 금액으로 화해하기로 이미 합의하고 소는 취하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A군의 큰아버지는 한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한 변호사님이 무상으로 소송을 대신 해주시겠다고 해서, 보험사가 요구한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추심 담당자에게) 말씀드렸다. 그 뒤로 아무 이야기가 없었는데 그런 보도가 나와서 저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A군의 큰아버지는 당초 한화손보로부터 구상금을 75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이달 중 500만원, 다음달 말까지 250만원을 지급하면 소를 취하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변호사로부터 돕겠다는 연락을 받은 뒤, 한화손보 측에 구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소장 일부. 자료=유튜브 한문철TV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소장 일부. 자료=유튜브 한문철TV 채널

또한, 한 변호사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구상금 청구와 관련한 이행권고결정 소장도 A군의 법적 후견인인 고모가 아닌 A군이 머무는 보육시설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권고결정은 피고에게 송달된 뒤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된다. 성인인 후견인이 아니라 미성년자인 A군에게 소장이 송달된 경우 신속한 법률 대응이 어려워, 자칫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 

누리꾼들은 한 변호사가 지적한 보험사가 한화손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만화 대사를 인용해 “상대가 초등학생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라고 꼬집으며, “아무리 이익이 우선인 사기업이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사망보험금이라도 아이에게 전부 지급하고 구상금을 청구하면 이해하겠는데, 그것도 아니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한화손보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제2의 남양유업 사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5일 이코리아는 유가족과의 합의 여부 등에 대해 한화손보에 질문을 전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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