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KB금융지주가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했지만,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노조와의 갈등을 표출했다.

KB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10시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4층 강당에서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2019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 승인의 건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기타비상무이사 1명·사외이사 5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6개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

별다른 이변 없이 주총이 마무리됐지만, 사외이사 독립성 및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와 관련해 노조가 이견을 제기하며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선 KB국민은행 노조 류제강 위원장은 이날 “오규택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지난 2008년 KT의 사외이사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근무했으며, 당시 윤종규 회장은 KT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며 “오규택 사외이사는 한국채권연구원 대표이사를 역임했는데 한국채권연구원은 다수의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배출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 2014년 한국채권연구원 이사를 역임한 김명직·신성환 등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노조 측은 두 사람이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윤 회장을 선임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2015년 동반 사임했으나, 같은 해 한국채권연구원 이사 출신인 박재하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류 위원장은 “오규택 사외이사가 과거 윤종규 회장과 가까이에서 일했고 한국채권연구원 출신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임에 기여한 것을 감안했을 때 그가 사외이사로써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역할을 해낼지 우려를 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는 3단계로 구성돼 특정인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류 위원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KB금융그룹은 ▲외부 서치 펌(Search Firm)과 주주 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한 뒤 ▲외부 인선자문위원단이 후보군을 평가해 숏리스트를 압축하고 ▲마지막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결격 사유를 검증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선출하고 있다. 

윤 회장은 자신이 사추위에도 포함돼있지 않다며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 절차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 위원장.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 위원장.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 푸르덴셜 인수 시점 놓고 격돌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전 참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KB손해보험 노조 김대성 위원장은 이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 부채가 시가 평가로 전환돼 부담이 있다”며 “저금리로 엄청난 역마진이 예상되는데, 지금 생보사 인수에 적극 나설 이유가 있나”라고 질문했다.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격은 현재 최고점으로, 향후 생보사 실적이 악화되고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인수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

김 위원장은 이어 “배임에 대한 검토는 했나”라며 “연임을 노린 성과 부풀리기용 인수합병으로 보인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반면, 윤 회장은 “향후 부담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김 위원장에게 “너무 경영진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 회장은 이어 한국보다 앞서 제로금리를 겪고 유럽과 일본에서 생보사가 은행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뛰어난 회사는 기회가 있다. 여전히 보험에 대한 수요가 있으며 보험은 괜찮은 비즈니스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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