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22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은 600억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이번 통화스왑계약은 상설계약으로 맺어진 미 연준과 5개국중앙은행 통화스왑계약에 더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자금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며 “스왑계약 기간은 2020년 9월 19일까지 최소 6개월”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외환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당시인 지난 2008년 10월 30일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규모는 약 300억 달러로 이번 계약의 절반 수준. 

하지만 당시와 다른 점은 규모뿐만이 아니다. 2008년에는 한국이 먼저 통화 스와프를 요청해 어렵게 계약을 이끌어냈지만, 이번에는 미 연준이 적극적으로 통화 스와프 계약에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미국은 초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연준 반응은 더욱 냉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 바 있다.

반면, 이번에는 미 연준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통화 스와프에 나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또 신속하게 대응한 게 맞다”며 “미국이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인 것은 기축통화국으로서, 그리고 기축통화국의 중앙은행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연준이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최근 코로나19 경제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월가를 중심으로 통화 스와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마이크 버드 기자는 17일 칼럼에서 “시장의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는 (통화 스와프) 대상 국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흥시장이 취약해 보인다”며 “2008년 당시 브라질 중앙은행, 한국은행과 체결한 한시적인 통화스와프 라인을 재가동하고 다른 국가로도 더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2008년 당시 통화스와프의 효과는 어땠을까? 당시 우리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각종 재정·통화정책이 시행됐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달러 스와프 이후 나타난 시장의 변화는 기축통화의 위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당시 원화가치는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곧바로 177원이나 급등하며 달러당 1200원대로 안정됐다. 900대가 무너졌던 코스피 또한 V자 반등을 보이며 전 거래일 대비 115.75포인트(11.95%) 상승하는 등 4일간 상승세를 보이며 1200대를 회복했다.

이번 통화 스와프 소식 또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19일 달러당 128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20일 오후 2시 기준 1251.40원으로 전일 대비 28.60원(2.23%) 하락했다. 주가 시장 또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코스피 지수는 1539.42로 전일 대비 5.61% 상승했으며, 선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11년 12월 1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통화 스와프의 효과는 단기적이며,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실물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2008 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에도 단기적으로 그 효과는 며칠에 그쳤으며 달러 강세와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11 월 중순 달러/원 환율은 다시 전 고점을 돌파하며 상승한 바 있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달러 강세 제한되고, 글로벌에서 코로나 19 가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이번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달러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은은 “최근 달러화 수급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주요국 중앙은행들과의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안정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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