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추세도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바이러스와 날씨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산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코로나19가 기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섭씨 8.72도에서 가장 빨리 퍼지며, 그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확산세가 둔화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온은 코로나19 확산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바이러스 확산을 위한 최적의 기온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러스는 고온에 매우 민감하다. 기온이 낮은 지역의 국가는 엄격한 통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중국 내 400개 이상의 도시 및 지역,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를 바탕으로 실시됐다. 다만 SCMP에 따르면, 해당 논문은 아직 피어리뷰(peer-review)를 거치치 않은 단계로 학계의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온 상승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할 것이라는 주장은 중산대학 연구팀만 제기한 것은 아니다.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전염병 연구센터의 하산 자라케트 연구원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습해지면 다른 전염병처럼 코로나19의 전파력과 안정성도 낮아질 수 있다”며 “아직 코로나19에 대해 연구 중이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례를 고려하면 희망적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봄이 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역학전문가 마크 립시츠 미국 하버드대학 공중보건학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코로나19가 춥고 건조한 기후부터 열대기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산대학 연구팀의 논문과 마찬가지로 피어리뷰 단계를 거치고 있는 이 논문은 “광범위한 공중보건의 개입 없이 기온·습도의 상승 등 날씨 변화만으로는 확진자 감소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날씨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상관관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인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최초 발병 시기와 장소가 판이하기 때문. 사스의 경우,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반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감염자가 발견됐다. 메르스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것도 2015년 5월~6월부터다.

실제 연구 결과도 사스와 메르스는 날씨와 정반대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홍콩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 발달'(Advances in virology)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스는 22~25℃의 기온과 40~50%의 습도에서 5일 이상 생존한 반면, 38℃이상의 온도와 95%의 습도에서는 생존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메르스는 사스와 달리 기온이 높을 때 더 위험하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감염과 공중보건 저널'(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온과 높은 자외선지수는 메르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낮은 상대 습도와 느린 바람은 메르스 발병률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다만 사스와 메르스 모두 종식까지 7~8개월이 걸린 점은 불안 요소다. 사스는 2002년 11월 등장해 이듬해 7월 종식됐다. 메르스 또한 2015년 5월 국내 첫 감염자가 발견된 후 같은해 12월까지 이어졌다.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당장 봄이 온다고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온이 오르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둔화할 거라는 예측과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어떤 패턴을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본부장은 이어 “기온이 오르면 환기를 자주 할 수 있게 된다”며 “밀폐된 실내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많이 일어나는데, 환기가 전파를 막는 환경적인 개선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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