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봄의 전령사 '노루귀'
상태바
[한국의 야생화] 봄의 전령사 '노루귀'
  • 정연권
  • 승인 2020.03.02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루귀.
노루귀.

 

침묵하는 겨울에 느끼는 것이 많았다. 산하가 비어있고 성장이 멈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침묵과 고독을 삼키고 있다. 초목들이 쉬는 계절이요 시간 이였다. 빈가지 사이로 햇빛이 반짝거린다. 따스하고 한결 부드럽다. 이제 산하가 깨어나고 있다. 겨울의 파업으로 따뜻하게 보내어서 좋았다. 그러나 낭만이 없는 겨울은 아쉬움이 많다. 자연의 시계는 이제 새봄을 가리키고 있으니 마음이 설렌다. 

여리고 여린 모습이 깜직하다. 순하고 순한 자태의 꽃송이가 나뭇가지 스치는 바람에 놀란 듯이 쫑긋이 피어난다. 앙증스런 ‘노루귀’를 만났다. 줄기에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하여 포근하게 보인다. 새끼노루의 야들야들한 솜털 같기도 하고, 순결한 영혼처럼 귀엽다. 가냘픈 새의 숨소리, 소살소살 흐르는 물소리, 사르르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듣고 있다. 새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노루귀라는 이름은 꽃이 피고 잎이 나오면서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세 갈래로 갈라져 자라난 잎에도 털이 있어 노루의 귀를 닮았기 때문이다. 눈(雪)을 뚫고 나온다고 ‘파설초(破雪草)’ 또는 ‘파할초(破割草)’라고도 한다.

노루귀꽃.
노루귀.

 

노루귀의 학명은 Hepatica asiatica Nakai 이다. 속명인 헤파티카(Hepatica)는 간장(肝腸)이란 의미의 헤파티카스(hepaticus)에서 유래 되었다. 3개로 나누어진 잎 모양이 간(肝)과 닮았다는데서 연유 되었다고 한다. 종소명인 아시아티카(asiatica)는 ‘아시아산’이라는 뜻이다.

노루귀, 새끼노루귀, 섬노루귀 3종이 대한민국에 서식한다. 노루귀는 꽃이 피고 잎이 나오지만 새끼노루귀는 꽃이 적고 꽃과 잎이 같이 나오는 것이 다르다. 새끼노루귀는 특산식물이다. 섬노루귀는 울릉도에 서식하는 특산식물로 노루귀에 비하여 크고 잎이 두꺼우나 꽃은 오히려 작은 것이 특징이다. 애석하게도 3종의 학명 명명자는 나카이(Nakai)다. 노루귀는 일본에도 서식하니 어쩔 수 없지만 대한민국 특산식물까지 명명자라니 씁쓸하다. 

청노루귀.
청노루귀.

 

미나리아재비과 노루귀속으로 비옥하고 햇빛이 잘 비추는 곳에 서식한다. 초장이 10~20cm 정도로 작으며 전체에 희고 긴 털이 있다. 잎보다 먼저 난 꽃줄기의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특이한 점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 발달한 꽃받침조각(苞)이다. 생존전략일환으로 흰색, 분홍색, 보라색, 청색으로 피는 변화무상한 요술 꽃이기도 하다. 꽃이 일찍 피고 진다. 온도가 25℃를 넘어가고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면 하고현상(夏枯現像)이 온다. 일찍 꽃피어 자손까지 번식한 후 여름에는 다른 친구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편안히 여름잠을 잔다. 서로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야생화 세계이다. 땅을 봄과 여름으로 나누어서 사용하는 배려와 지혜의 산물이기도 하다.

청흰노루귀.
청흰노루귀.

 

생약명은 장이세신(獐耳細辛)으로 장(獐)은 노루를 말한다. 이(耳) 는 귀를 말한다. 세신(細辛)은 매운맛을 가졌다는 것으로 두통, 치통, 복통 등 진통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노루에 관한 야생화는 ‘노루오줌’ ‘노루발’ 등이 있는데 사슴이나 고라니가 들어간 야생화는 없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노루는 교미기에 수컷이 한 마리의 암컷만을 선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속담, 설화에 신비한 동물로 등장하는데 고라니와 노루의 구별이 쉽지 않다. 

‘믿음’ ‘인내’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겨우내 차가운 흙속에서 견디고 꽃샘추위에도 당당한 인내심, 이러한 인내는 멋진 꽃을 피우면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겨울을 인내하고 새봄을 맞이하였다. 모든 것을 참고 견딘 덕분에 찾아온 새봄이다. 그러나 봄이 봄 같지가 않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대한민국이 위기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경계하고 원망한다. 서로 믿고 인내하여 극복하자. 믿음을 가지고 이웃을 배려하며 이겨내기를 소망한다. 곡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