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기기증 수혜자 강옥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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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기기증 수혜자 강옥예씨
  • 최다은 기자
  • 승인 2020.02.2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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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장기기증 수혜자 강옥예씨는 2018년 이식수술을 이후에도 베푸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속 강옥예님은 소외계층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봉사를 하기위해 모였다. (사진=강옥예님 제공)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장기기증 수혜자 강옥예씨는 2018년 이식수술을 받은 후에도 베푸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속 강옥예씨는 소외계층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봉사를 하기위해 복장을 차려 입었다. (사진=강옥예님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장기이식 대기 환자의 수가 3만 명을 넘어섰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마음은 간절하다. 이별과 슬픔에 머무는 죽음의 의미를 새로운 생명으로 바꾸는 장기기증. 누군가에게 기적을 선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장기기증은 숭고한 선택이 된다. 장기기증으로 받은 새 생명을 봉사로 베풀며 채워가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장기기증 수혜자 강옥예 씨다. <이코리아>는 26일 강옥예 씨를 만나 베푸는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2018년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강옥예라고 한다. 봉사활동을 좋아해서 자연보호부터 무료급식까지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다. 남편이 정년퇴임한 이후로는 함께 기타 치며 노래봉사를 다녔다. 이식 수술 전에도 2,500시간 이상 봉사활동으로 상도 받을 만큼 열심히 활동했고, 수술 후에도 이어오고 있다.


장기 이식을 받게 되기까지 여러 과정이 있었을 텐데 기증을 받게된 계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봉사를 하던 어느 일요일, 몸 상태가 이상하게 안 좋았다. 병원에 가니 감기라고 했다. 홍삼 등 건강식품도 챙겨 먹으며 나으려 노력했지만 몸은 더 안좋아졌다. 평소 B형간염을 앓고 있었기에 근처 작은 병원에 가니 서둘러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노랗게 변한 얼굴을 하고 큰 병원으로 가 피검사를 받으니, 간 이식을 빨리 받아야 한다고 했다. 너무나 갑자기 찾아온 일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B형간염이 급격히 악화돼 간경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우선 가족 중 이식이 가능한 사람을 찾아보니 혈액형이 다르거나 간의 크기가 작아 이식이 불가했다. 가능한 이가 있어도 주변의 반대로 내게 이식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죽음 앞두고 막막했던 찰나, 큰 사위가 일치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급격히 나빠진 건강 상태로 인해 이식수술을 진행하지 못하고 계속 미뤄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순간, 갑작스레 기증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마침 간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 이광웅 교수님도 해외에서 귀국하셨고, 기증자님의 간도 내게 잘 맞아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수술 후 장기기증 코디네이터 분들은 ‘천운’이라고 하셨다. 이 교수님은 “다 죽어가던 사람에게 간이식 수술을 했던 당시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 회복한걸 보면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 해주셨다. 

 

이식받기 전과 후, 삶의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전에는 참을성이 없었다. 불의를 보고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은 후 어떤 이들을 만나도 너그러워졌다. 누가 쓰레기를 집 앞에 버리면 당장 경고장을 붙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죽하면 버렸겠어”라며 웃으며 치운다. 또 싫은 소리를 들어도 ‘내가 만일 죽었으면 저 소리도 못 들었겠지’라며 모든 일에 감사한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천지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식수술 전에도 봉사를 많이 다니고 밝은 성격이긴 했지만, 확실히 이전과 다르게 세상이 아름답고 좋게 보인다. 자식들도 예전과 달라졌다고 말한다. 전에는 화도 잘 내고, 톡톡 쐈다고 하는데 지금은 안 그런다며 내게 말했다. 그럴 때마다 “지금 뭐든지 감사해서 그래”라고 대답한다. 

생명소리합창단 공연 전 강옥예씨 모습 (사진=강옥예씨 제공)
생명소리합창단 공연 전 강옥예씨 모습 (사진=강옥예씨 제공)


장기이식 수술 후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원래 노래를 좋아한다. 인천에서도 5년간 합창단을 했다. 장기이식 후 시작한 합창단 활동은 유가족과 기증원 직원분들, 수혜자가 함께 하는 ‘생명소리합창단’이다. 장기이식을 받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보니 모집 때 신청했다. 유가족 분들께도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함께 하고 있으며, 생명소리합창단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좋아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유가족 분들과 함께해서 좋기도 하고,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됐다.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셨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식은 받은 수혜자로서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도 든다. 다들 아픈 기억이 있지만 슬픔을 잊고 노래를 한다는 게 참 좋다. 나는 무조건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생명소리합창단 홍보가 잘 되면, 장기기증도 더 늘어나고, 잘못된 인식도 개선되는 등 도움이 되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장기이식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

주변에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큰 사위가 직업군인인데도 특별휴가를 내서 검사를 다 해봤다. 사위는 간 이식을 해주고 혹시 건강상태가 나빠져도 자기는 퇴직해도 된다며, 장모님만 사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서면서 해줬던 게 참 고맙다. 그래서 아들같은 사위라 생각한다. 작은 사위도 치료비를 다 내주고 수술 후에도 나를 잘 챙겨줬다. 먼저는 사위들에게 고맙고, 내게 지금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준 기증자님께도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기증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가 되시고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전해주고 가셨다. 나는 매일 아침 저녁 항상 “내 가슴 속에 살아줘서 고맙다”고 기도한다. “당신의 간이 없었다면 못 살았을텐데 살게해줘서 고맙다”고 기도로 마음을 전한다. 유가족 분들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베푸는 삶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가족분들은 슬픔 딛고 살아가고 계시지만 어디에 계시든 열심히 살아주시길 바란다. 나는 보답하는 마음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자로 열심히 살아가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식수술을 받고 면역억제제 등을 먹다보니 몸이 약해졌다. 간 이식수술을 받고 아직 몸이 적응중이라 활동에 제약이 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잘 회복해서 건강해질 거다. 성당이나 노인복지센터 카페에서 봉사하려고 바리스타 자격증 준비과정에 있다. 필기는 합격했고 곧 실기를 볼 예정이다. 동네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관련 교육을 하는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식 전부터 진행한 노인주간센터 봉사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남편은 기타를 치고 나는 노래를 부른다. 옛날 트로트를 부르면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신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다니며 이웃을 돕는 삶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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