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팬데믹'? WHO·전문가 의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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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팬데믹'? WHO·전문가 의견 달라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2.2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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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진행 상황에 대한 6단계 분류. 2009년 신종플루 발병 당시 활용됐다. 자료=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진행 상황에 대한 6단계 분류. 2009년 신종플루 발병 당시 활용됐다. 자료=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갈무리

“나는 일관되게 '공포'가 아닌 '사실'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팬데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공포만 불러올 수 있다. 지금은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구하고 감염을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될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며, 자칫 팬데믹이라는 용어에 집착해 과도한 공포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지켜보는 의료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독일 보건부 등 각국 의료 당국은 점차 팬데믹에 대비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추세다.

마크 립시츠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교수 또한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탈리아 등 새로운 나라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한국의 확진자가 급증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거나, 아니면 이미 팬데믹 상황이라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 세계 성인의 40~70%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WHO가 본 ‘팬데믹’ 기준

WHO와 각국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팬데믹’의 정의와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WHO는 전염병의 진행 상황을 6단계로 구분하는데, 이중 팬데믹은 최고 단계인 5~6단계를 의미한다. WHO에 따르면 5단계는 최소 한 지역의 2개국 이상에서 사람 대 사람 감염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6단계는 5단계에서 확인된 발병 지역 외의 다른 지역에서 최소 한 국가 이상 사회적 차원의 전염병 확산이 감지된 경우다. 최고 단계인 6단계는 이미 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WHO의 기준은 지난 2009년 발병한 신종플루(H1N1)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 양상은 이미 6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이미 코로나19가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은 “한 지역 내 2개국 이상에서 사람 대 사람 감염”이라는 5단계 기준에 부합한다. 또한 최근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6단계 기준인 “첫 발병 지역 외 다른 지역의 1개국 이상에서 감염 확산”이라는 기준을 충족한다.

◇ 전문가마다 다른 팬데믹 기준

문제는 팬데믹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WHO가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팬데믹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질환연구소 앤서니 포시 소장은 이달 초 CNN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팬데믹의 의미는 경계선 상에 있다. 팬데믹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며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WHO 또한 전염병의 진행 상황을 판별하는 6단계 분류를 사용하지 않는다. 타릭 자세레비치 WHO 대변인은 25일 CNN에 보낸 이메일에서 더 이상 기존 6단계 분류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변화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지난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두 번 뿐이다. 홍콩독감은 확산 범위가 넓지는 않았지만 사망자가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높은 치사율을 기록했다. 반면 신종플루의 경우 확산 범위는 넓었지만 사망자는 1만9000명으로 치사율은 일반 감기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질병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못한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사회적 불안이 야기되고 과도한 보건비용이 소모됐다는 각국의 불만이 제기됐다. 최근 WHO가 기존의 6단계 전염병 분류법을 포기하고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 선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신종플루 당시의 경험에 따른 것일 수 있다. 

실제 자세레비치 WHO 대변인은 “지난달부터 여러 국가에서 발병 사례를 보고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추적이 가능하며, 사회적 수준의 감염 확산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각국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팬데믹 단계에 곧 진입할 수 있다며 강력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질병의 사망 가능성과 사람 대 사람 감염, 전 세계적 확산을 팬데믹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이미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며, 세 번째 기준인 전 세계적 확산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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