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취임 후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새로 선출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4월 28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 취임 이후 농협금융이 2018년 1조2189억원, 2019년 1조7796억원 등 2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며 2012년 지주 출범 후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

농협금융의 실적 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51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NH농협은행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끌고 있다. 또한, 은행 외에도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NH저축은행 등이 30% 이상 순이익이 성장했고, NH농협생명 또한 보험업황 악화 속에서 흑자(401억원) 전환에 성공하며 선전했다.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가 고르게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

실적만 놓고 보면 김 회장의 연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성과를 바탕으로 계열사 최초 3연임에 성공한 것도 김 회장 연임 여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31일 당선된 뒤 화환을 목에 걸고 기쁨을 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31일 당선된 뒤 화환을 목에 걸고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지난달 31일 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이성희 신임 회장이 농협금융위 방향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변수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중앙회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공식적인 인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임추위 6명 중 비상임이사 1석(현재 공석)은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에 따라 채워지는 것이 관행이다. 

당초 김병원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유남영 후보가 당선될 경우, 김 회장의 연임은 확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유 후보가 김 전 회장의 측근인 만큼, 현재의 농협금융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또한, 유 후보는 과거 김 회장 발탁 당시에도 임추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이성희 신임 회장이 유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 회장은 2012년 신경분리 당시 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지내는 등 농협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중앙회 영향력 강화를 위해 새 판을 짤 생각을 하고 있다면, 김 회장의 연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김 회장이 취임 이후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갱신한 점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이 굳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변화를 도모하기보다는 조직 안정을 위해 김 회장 체제를 1년 더 두고 볼 가능성도 있다. 

농협금융 내규 상 김 회장의 임기 만료 40일 전 임추위가 개시돼야 한다. 농협금융 이사회는 내달 중 김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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