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소리합창단' 김태현씨 "장기 기증은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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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소리합창단' 김태현씨 "장기 기증은 축복입니다"
  • 최다은 기자
  • 승인 2020.02.19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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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한 김기석군의 아버지 김태현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 사람의 장기기증으로 평균 3.5명이 새 생명을 얻는다. 장기기증은 이식자는 물론 이식자를 병간호하던 가족들에게도 행복을 선물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일 평균 5.2명이 이식을 기다렸지만 끝내 장기기증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

기나긴 시간, 기다림에 지쳐 이식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죽음에 가까운 이들에게 마치 기적처럼 찾아오는 삶의 기회가 바로 장기기증이다. 장기기증의 숭고한 뜻을 결정하고, 많은 이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소중한 가치를 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기증자 김기석군의 아버지 김태현씨다. <이코리아>는 18일 한국기증자 유가족지원본부 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현씨를 만나 따뜻한 생명나눔 이야기를 들었다.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기석이를 보내기 2년 전 사무실이 명동에 있었다. 그때 마침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시면서 안구기증하신 게 기억에 남았다. 보도도 많이 됐고, 막연하게나마 장기기증을 알고 있었다. 기석이의 경우 2일 사고가 나고 불과 이틀이 안 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기석이를 그냥 보낸다는게 안타까웠다. 뇌사상태니 의학적으로는 더 이상 기석이를 살린 방법이 없었다. 생각을 하다 보니 장기기증이 떠올랐다. 장기기증을 선택한 이유는 기석이를 세상에 다시 남게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명나눔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기석이가 세상 어딘가에 계속 머물러줬으면 하는 생각에 장기기증을 선택하게 됐다. 


기석군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나.

기석이는 키 182cm에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아이였다. 떠나기 50일 전에도 마라톤에 출전했다. 속도 썩이지 않고 흠 없던 아이였다. 기석이는 위로 누나가 둘이 있는 셋째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당시 아이 셋을 갖는 것은 드문 일이었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낳은 귀한 아들이었다.  

퇴근 후 주머니에 있는 동전 몇 개를 주면 잘 모아 교통카드 충전하는데 쓰고, 엄마가 근무하는 학습지 회사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용돈벌이를 할만큼 의젓했다. 키도 큰 아이였지만 항상 부모님을 뽀뽀로 배웅할 만큼 애교도 많고 다정한 성격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회장과 선도부장을 할 만큼 인기있는 아이였고 친구들을 잘 도왔다. 나중에 기석이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한 일화를 들었다. 그분은 기석이가 병원에 누워있을 때부터 곁을 계속 지켜주신 기석이 친구의 어머니셨다. 그분의 아들이 5학년 때쯤 암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그때 기석이가 아들과 항상 함께 해주며 살펴줬다고 한다. 지금은 완치됐다. 그 어머니께서 투병기간동안 기석이가 아들을 돌봐줘서 참 고마웠다고 말해주셨다. 기석이는 참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기석군을 보내고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기석이를 보내고 한동안 술로만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기석이가 어딘가에 있다. 아빠의 이런 모습을 보면 실망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자연스럽게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실 내가 장기기증을 한게 아니고, 기석이가 했는데 많은 분들이 내게 칭찬을 해주셨다. 잘했다고. 그 말들에 ‘기석이의 장기기증이 내게 위로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2010년 누나 졸업식에서 김태현씨와 김기석군이 함께 찍은 사진 (사진= 김태현씨 제공)

 

더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에 용기낼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장기기증을 하고 나니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가 참 많다는 걸 알았다. 국내 장기기증 관련 교육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다보니, 장기기증을 하면 돈을 받는 줄 아는 등 잘못된 인식이 있다. 오해가 많다보니 장기기증 가족 분들이 계속 숨으신다. 이분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기증이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기기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증자 유가족, 수혜자, 기증서약자, 유관기관 직원분들이 같이 하나가 되어 ‘생명소리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다.  


장기기증 교육 활동을 하면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사실 학생들에게 ‘장기기증’이라는 단어를 딱 내보이면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이어 경이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장기기증이 학교 교육과정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라 그렇다. 하지만 기석이 또래아이들이기 때문에 기석이 사진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놀란다. ‘내 또래에 아이가 장기기증을 했구나’라는 그런 경외감을 느낀다. 강의가 끝나면 생명나눔의 의미를 알게되어 좋았다고 한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교육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느낀다. 교육을 하다보면 학생들에게 생명 존중과 함께 자살 예방 내용도 언급하게 된다. 학생들은 교육 내용에 의미를 깨닫고 선생님들도 좋은 교육에 감사하다고 말해주신다. 


합창단 활동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합창단 명칭은 '생명소리합창단'으로 장기기증과 관련된 분들의 모임이다. 그러다보니 유대감이 남다르다. 유가족과 수혜자들은 말로 할 수 없는 끈끈함을 가지고 있다. 이분들과 함께 모여 노래를 하면 연습장에 소리가 울리는게 아니라 마음에 울린다. 그러다 보면 ‘기석이도 어디선가 잘 지내겠지’라며 힐링이 된다.

합창단에서 부른 ‘선물’이라는 노래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할머니께서 아이를 먼저 보낸 마음을 표현한 내용이다. 이 노래가 가장 와닿고 기억에 남는다. 현재 합창단에서는 매년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들의 노래가 있다는 게 자부심이 생긴다. 1년에 한 번하는 공연에 많은 분들이 오시는데, 아마추어 공연인데도 한 번 오신 분들은 꼭 계속 오신다. 열심히 한 만큼 공연 반응도 좋다. 


기석군의 장기 기증으로 주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기석이는 주변에 작은 변화를 많이 준 아이다. 아내의 동창으로부터 한 사연을 들었다. 그 가족은 부자지간에 사이가 안 좋았다. 아버지와 자식간의 갈등은 아이 교육문제 등 부부간의 다툼으로도 이어질만큼 골이 깊었다. 그러다 기석이 사연을 들은 그 아버지의 마음에 변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생겨, 이후에 부자 사이가 회복됐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로 힘들었던 적은 있나. 

장기기증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일이다. 하지만 장기기증 하면 돈을 받는다는 오해가 있다. 장기기증은 장기매매가 아닌데, 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나 역시 친구로부터 장기기증을 하고 돈을 받지 않았냐고 질문을 받았다. 또 ‘큰 병원비 부담으로 인해 장기기증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장기기증자 가족 대부분이 이런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기석이의 경우, 하루 만에 상태가 안 좋아졌다. 그러다보니 장기기증도 단시간에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하던 순간까지도 하루라도 더 기석이가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을 모르고 어떻게 아이를 보낸 부모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처음에는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몰라서 오해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활동도 홍보보다 계몽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5월 광주동아여고 장기기증 강연 모습 (사진= 김태현씨 제공)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소개해달라.

‘장기기증’은 강압적으로 하라고 해서 하는게 아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기증이 이뤄질거고, 유가족들도 기증을 하고난 뒤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이 없어질거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불러주시는 곳에 가서 교육도 하고, 노래도 하려 한다.  기석이는 나의 의지로 이 땅에 오라고 했지만 해준 게 많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기석이를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생전에 못해준 칭찬을 교육 강연을 다니며 해주고 있다. ‘우리 아들 정말 착한아이 아이였다’고 자랑하는게 기석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좀 덜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장기기증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어떤 말씀을 들려주고 싶나. 

먼저 장기기증 희망 서약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한 마디를 전한다면, 기석이의 경우 본인이 장기기증을 서약한 건 아니다. 부모로서 생각해보면 ‘자식이 장기기증을 원치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장기기증 희망 서약을 한다면, 이후에 가족이 나를 두고 장기기증을 고민할 때 마지막으로 내가 원하던 일을 해줄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나와 가족이 서로 뜻이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장기기증’은 기증하는 때가 왔을 때, 같은 마음으로 마지막을 함께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장기기증을 앞두고 결정을 고민하고 계신 분께는 실제 따님을 기증하신 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다. 그분은 “장기기증은 축복받은 자만이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장기기증은 1년에 450명에서 많게는 570명이 한다.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지만 1년간 로또 당첨되신 분들이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생애 마지막 순간에 새로운 생명을 구하는 좋을 일을 하고 떠날 수 있는 건 기증자와 가족 모두에게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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