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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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19일 정례회의에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에 따른 우리·하나은행 제재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양 은행 경영진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안의 최종 확정 시점도 미뤄지게 됐다.

금융위는 18일 기관 영업정지 6개월 등의 안건에 대한 사전통지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19일 정례회의에서 DLF 관련 안건을 논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19일 회의에서 두 은행에 대한 제재안이 심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금융위는 사전통지 절차에 걸리는 기간인 10일이 지난 뒤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제재안은 다음달 4일 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DLF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과태료 및 영업정지 등의 기관제재를 비롯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지성규 하나은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 징계는 금융위 의결 절차를 거쳐 해당 금융사에 통보된 뒤 최종 확정된다. 

◇ 기관제재 수위 낮춘 금융위, 경영진은?

금융위는 매월 수요일 격주로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번갈아 연다. 지난 12일 증선위에서는 양행에 대한 기관제재안을 심의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190억원, 160억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증선위가 금감원의 제재안에 비해 상당히 과태료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우리은행에 230억원, 하나은행에 26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가 금감원 결정에 비해 과태료 수위를 크게 낮추면서 두 은행에 대한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됐다. 또한, 윤석헌 금감원장 전결로 경영진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금융위를 ‘패싱’한 것에 대한 경고성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가 완화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선위는 두 은행의 피해구제 노력을 과태료 경감 이유로 제시했지만, 경영진 제재안의 경우 이미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됐다. 금융위가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된 사안에 손을 댄 전례도 없을뿐더러, 만약 잡음이 발생하면 두 기관 간의 갈등설로 번질 우려도 있기 때문.

◇ “오해 없게 하겠다”, 은성수 발언 의미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관제재안이 금융위에 넘어오면 오해받지 않고, 금융위 결정이 다른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며 “주어진 시간 내에 우리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 위원장 발언을 두고 ‘봐주기’ 논란을 애초에 차단하려는 뜻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위의 DLF 제재안 심의 시점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융위가 기관제재안을 의결하고 사전통지 및 의견개진 기간(10일)을 거친 후 효력이 발생한다.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금융사 연임이 금지되고 재취업도 3년간 제한된다. 만약 금융위가 DLF 제재안 논의를 미뤄 3월24일 주주총회 이후 징계를 통보한다면 손 회장의 연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 경우 금융위가 의도적으로 논의 시점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금융위가 내일 정례회의에서 제재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임시회의가 추가로 열리지 않는다면 내달 4일 차기 정례회의에서 논의될 것이 유력하다. 우리금융 지배구조와 직결된 DLF 제재안과 관련해 금융위가 “오해받지 않게 하겠다”는 발언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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