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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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
  • 최다은 기자
  • 승인 2020.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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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 늘면 국민 모두에 이익, 새 삶 찾고 행복 누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국내 장기기증자 수가 일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노력이 있었다. 기증원은 유튜브에 장기기증의 전반적인 과정, 유가족과 수혜자 인터뷰 영상을 게재하는 등 장기 기증의 참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애써 오고 있다. 장기기증에 대해 정확한 최신 정보를 전하는 곳, 새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앞장서는 곳. <이코리아>는 7일 오전 10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방문해 조원현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기증원 조원현 원장과 일문일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 같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장기이식, 조직이식에 필요한 장기와 조직을 뇌사자로부터 적출해서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나누어주기까지 전 과정을 맡아 수행하는 국가 공공기관이다.  2000년 장기이식에 관한 법이 시작 된 이후 정부에서는 2003년부터 당시 이식의 경험이 많던 병원을 중심으로 HOPO(뇌사판정대상자 관리전문기관)라는 기구를 지정해서 뇌사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이후 이식 대기자가 늘면서 적극적인 뇌사자 발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병원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독립적 장기구득기관의 설립이 필요했다. 2010년 법이 개정되면서 다음해 공식적으로 한국장기기증원이 생기게 됐다. 이후 2017년 한국인체조직기증원과 합병되면서 조직기증 업무까지 통합하여 기증에 관한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춘 현재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시작됐다.

 

장기기증과 관련해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장기나 조직의 기증이 가능한 뇌사자의 발굴을 시작으로 기증 적합성판정, 뇌사판정, 뇌사자 관리 및 장기, 조직 적출, 적출된 장기의 이식을 위한 이송, 기증 후 유가족 관리지원까지 하고 있다. 전국의 의료기관에서 뇌사추정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오면 일년 365일 어느 시간에든 장기구득코디네이터가 현장에 출동을 하게 된다. 코디네이터는 2박 3일에서 3박 4일 정도 소요되는 기증과정에 참여해, 뇌사자 관리, 각종 서류준비, 각 병원간의 연결 업무 등 많은 일을 한다. 두 번에 걸친 뇌사검사를 진행하고 뇌파검사 등을 시행하면서  가족에게 뇌사에 대한 의학적 사실과 기증 동의를 안내한다. 가족이 기증 동의를 허락하면 기증자 정보를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입력해 면역학적 적합도, 대기기간 등의 선정 기준에 따라 수혜 예정자를 찾게 한다. 이후 수술실 마련 및 수술관련 의료진 준비, 각 이식병원의 장기적출 수술팀을 조율하여 기증 수술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기증자에 대한 예우와 가족 지원도 기증원 가족관리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생명나눔의 현장, 장기기증 그 뒷 이야기'에 담긴 코디네이터의 근무 모습.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생명나눔의 현장, 장기기증 그 뒷 이야기'에 담긴 코디네이터의 근무 모습.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에 대한 예우는 어떤 것들이 있나.

기증자에 대한 예우는 우선 기증자 본인이 자신의 몸을 나누어서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모든 기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기증자와 그 가족의 숭고한 결정과 용기에 대해 존중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기릴 수 있도록 기념공간을 만들어 국민들과 함께 존경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가차원의 생명나눔 기념공원으로 기증자 및 그 가족의 명예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큰 예우라고 생각한다. 기증 후 시신은 가급적 기증 전 모습에 가깝도록 정성을 다해 복원해서 기증자와 가족들 모두에게 예우를 다하고 있다.      

 

기증자 가족에 대해서도 예우를 하나.

기증자 가족의 경우 ‘예우’보다는 ‘지원’을 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가족의 죽음, 사별을 한 유가족은 특히 6개월에서 2년 사이가 가장 힘든 시기이다. 이때 가족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합창단, 꽃꽂이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자조모임을 진행한다. 또한 추모가 아닌 기념식을 진행하여 기증자의 의미있는 일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런 시간을 통해 가족들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과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다. 기증자 가족은 기증자가 어디선가 살아 숨 쉬길 원하고, 기증자의 마지막이 아름답고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하신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돈이나 물질적 지원을 받는 줄 오해하여 가족들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기증자 가족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가족관리팀이 가족관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장기기증을 신청하는 분들이 결심을 하는데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가.

뇌사는 대부분 생각지 못한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다. 뇌의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의식도 없고 자기호흡도 없어 인공호흡기로 유지되는 상황이지만 심장의 박동이 일시적으로 남아있고 체온이 유지된 상태이기에 쉽게 죽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한다. 또한 삶의 마지막에 누군가를 살리고 가는 선행에 대한 욕구가 이런 결정을 촉구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웰다잉에 관심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장기기증 사례는 더욱 국민들에게 생명나눔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족 중에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있거나, 뇌사 기증과정을 경험했던 가족들은 더 쉽게 동의를 결정할 수도 있다.

 

본인이 기증에 서약해도 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기증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들었다. 가족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기증수술 후 신체 훼손에 대한 염려가 기증거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화장률이 90%가 넘어가는데 아직 시신 훼손에 대한 걱정이 높은게 생명나눔 현장의 현실이다. 또 상당수의 가족들은 뇌사를 죽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젠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하게 된다. 이런 가족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원한다. 심장이 뛰고, 손발이 따뜻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줄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많은 국민들이 장기나 조직기증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몸, 내 가족의 경우는 기증을 피하려는 경향도 있다. 기증자의 몸에 다시 수술을 위해 칼을 데는 것을 싫어해서 거부하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SNS에 올라와 있는 기사나 드라마, 영화에 소개된 잘못된 내용들이 가족의 결정을 바꾸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족의 동의로 뇌사자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사례는 주로 어떤 경우인가.

주치의가 뇌사상태 환자 가족에게 뇌사를 설명하면서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향후 방향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 기증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에게 ‘뇌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죽음을 그대로 맞이할 건지, 아니면 기증하여 여러 생명을 살린 후 돌아기시게 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 고인이 생명나눔에 대한 유언이 있거나 기증희망등록을 한 증명이 있으면 가족들은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기증결정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장기나 조직기증 희망등록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도 가족과 상의가 된 동록자의 수를 늘리는 것이 향 후 가족의 동의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홍보나 교육을 통해 생명나눔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아, 기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생명나눔의 현장, 9살 최동원군의 생명나눔 스토리(뇌사장기기증)' 영상 속 한 장면. 9살 최동원군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생명나눔의 현장, 9살 최동원군의 생명나눔 스토리(뇌사장기기증)' 영상 속 한 장면. 9살 최동원군은 장기기증을 통해 어린이 8명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기기증 사례는 많으나 조직기증은 적은 편이라고 들었다. 조직기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부족 때문인가. 기증원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한국은 조직기증에 대한 인식이 장기기증에 비해 낮은 편이다. 장기기증 홍보에 비해 조직기증 홍보가 늦게 시작된 것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장기보다는 조직기증 후의 신체훼손에 대한 심각한 염려가 국민들 사이에 있다고 본다. 현재 기증원에서는 장기와 조직을 구분해서 홍보하지 않고 생명나눔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장기, 조직 등을 함께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 2017년 기증원 통합이후에는 사용하는 모든 문서들도 같은 서식을 사용하고 있다.   

 

기증원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나.

자원봉사자 분들이 있다. 이들은 홍보와 교육 분야를 담당해준다. 홍보분야에서 봉사를 하는 대학생들은 유튜브와 SNS에 장기기증 관련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재능기부 형식이다. 중고등학생들은 장기기증 정보를 짧게 작성한 카드를 제작하는 등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종교단체도 각 단체에 소속된 기관을 방문하고 성격에 맞게 기증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생명나눔이 종교적행위의 최상위 가치임을 나누고 있다. 교육 분야는 수혜자와 유가족이 같이 하고 있다. 장기이식의 경험자이고, 생명나눔을 실천한 분들이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가 가장 좋다. 그러나 경험만 전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 조직기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갖게 하기 위해 전국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강사 양성을 위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의미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봤다. 기증자 가족 지인들이 인터넷 추모공간에 많은 편지를 남겨주고 있는데, 이 코너는 어떻게 마련됐나.

기증자 유가족이 원하는 것 중에 하나가 누군가를 살린 기증자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늘에 보내는 편지라는 의미로 기증원 홈페이지에 ‘하늘나라 편지’라는 게시판을 만들었다. 기증자 유가족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증자를 추모하는 친구와 동료 등 많은 분들이 글을 남기고 있으며, 기증과정을 도운 코디네이터와 수혜자가 글을 쓸 수 있도록 코너를 만들어 놨다. 또한 유가족이 쓴 글을 읽고 다른 유가족이 답글로 서로 위로도 하고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더 나아가 기증자를 예우하기 위해 기념 공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장소, 예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회와 정부 지자체에 계속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념공원이 생긴다면 국가가 나서서 이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또한 기증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 할 수 있다.


장기이식을 받은 후 수혜자들의 삶은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들도 또 다른 곳에서 베푸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

무엇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기증을 통해 이식을 받으면 수혜자와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병간호를 위해 여러 가족들이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야 하고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이 저하한다. 그러나 이식을 받으면 본인도 가족들도 자유로워진다. 한 사람의 기증으로 적어도 3-4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이 새로운 삶, 향상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또 말기 환자들의 치료에 소요되는 경비와 이식 후 의료비를 비교하면 국가적으로도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식받은 수혜자가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장기이식의 효과와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함께 생명나눔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자극제가 된다. 이식을 받아 새 삶을 시작한 분들은 그 감사한 마음을 늘 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생명의 소리 합창단에 수혜자의 신분으로 참여하여 기증의 소중함을 기증자 유가족과 함께 공연을 하며 알리기도 하고, 각 기증 받은 병원별로 모임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하는 수혜자도 있다.

 

뇌사장기기증자 수가 지난 2년간 하락했다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증원의 특별한 노력이 있었나.

무엇보다 일선의 의료진과 코디네이터들이 유가족들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기증을 하실 수 있도록 자세한 안내와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제는 기증원과의 협약, 비협약에 구분 없이 모든 기증자 유가족에게는 동일한 이송 서비스 및 유가족 예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에 노출된 부정적이고 잘못된 사실을 정확히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기증의 숭고한 가치를 알리고자 기증 언론 보도 동의를 받아 생명 나눔의 가치를 미디어에 노출시키고자 노력했다. 지난 기간 평년 1-2건의 언론보도 동의에서 2019년 15명의 기증자 언론보도 동의와 400여건에 달하는 매체 노출을 진행했다. 이 모든 노력이 기증원 하나의 기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기증 활성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대한이식학회, 기증 관련 유관기관 등 9개 기관이 유튜브 채널 ‘희망의 씨앗’을 개설했다. 사안별로 이해하기 쉬운 동영상을 제작해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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