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구성원들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본소득당

한미 양국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제’라는 아이디어가 싹을 틔우고 있다.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진 앤드류 양 후보는 사퇴를 선언했지만, 국내에서는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입법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는 중이다.

기본소득제는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1970년대 유럽에서 논의가 시작돼 2000년대에 들어 논의가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대안으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대만계 민주당 경선 후보 앤드류 양이 핵심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앤드류 양은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궤멸적인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본소득제를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 단계에 들어선다면 단순히 승객·화물운송기사들의 일자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음식업 종사자를 비롯해 주유소, 정비소 등 더 광범위한 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앤드류 양은 보호주의를 통해 국내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공공일자리 확대를 이야기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처럼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는 이에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매달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모든 성인에게 지급하는 국민기본소득제(UBI)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적절한 해법이라는 것.

하지만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경선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민주당 유권자들의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자 앤드류 양의 신선함에 쏠린 눈길도 피트 부티지지, 버니 샌더스 등 유력 후보들에게 분산되기 시작했다. 당초 3~4%의 낮은 지지율을 유지해온 앤드류 양은 11일(현지시각) “수치를 볼 때, 우리가 승리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앤드류 양 민주당 경선 후보가 11일(현지시간)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앤드류 양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앤드류 양 민주당 경선 후보가 11일(현지시간)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앤드류 양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한국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 입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 진출을 통해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공통의 부를 독점하지 않고 함께 모두에게 나누는 기본소득은, 불평등을 완화하고 생태적 삶을 가능하게 하며 일자리 위기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제도”라며 “모두에게 조건 없이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소득의 도입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론화와 입법이 필수적인데도, 공론장이자 입법기관인 국회는 아직까지도 국회 차원의 책임 있는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기본소득당, 녹색당, 시대전환은 4월 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출한 뒤, 한국사회의 시급한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류 양은 비록 후보를 사퇴했지만 ‘양 갱’(Yang Gang)으로 불리는 열성적 지지층을 형성하며, 미국 사회에 “기본소득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앤드류 양의 사퇴와 동시에 한국에서는 젊은 정당들이 기본소득 입법 추진을 위해 연대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총선을 완주하고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갱’을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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