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1%대의 고정금리로 대환해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폭증하면서, 심사과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내부에서는 과도한 업무량과 사측의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주금공=죽음공, 현 상황을 모두들 알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주금공에서 안심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본사의 심사지원반 직원들이 심사 (완료) 건수로 등수를 매겨 매일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뒤쳐진 직원은 불러내 압박을 준다”며 “공휴일 사이에 휴가를 내자 윗분들은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며 직원들을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이어 “지금 주금공은 팀장 이하 모든 직원들이 본 업무를 제쳐둔 채 심사를 하고 있다”며 “23만건의 대부분은 서류보완이 필요하며, 콜센터를 통해 받은 기초서류조차도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서버 폭주 등의 이유로 온라인 정보제공동의가 되지 않은 건도 많아 심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주금공은 안심대출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29일 이후 2개월 이내에 순차적으로 심사 및 대환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접수된 신청은 무려 63만4875건. 이중 실제 심사 대상은 약 24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예정대로 심사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금공의 안심대출 심사와 관련해서는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심사 기간이 20% 지난 시점인데 심사 완료율은 4% 수준”이라며 “연말까지 24만건을 모두 심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또한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주금공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주금공의 심사관련 인력은 약 150명, 하루에 처리 가능한 심사 건수는 1인당 약 6.2건이다. 금융노조의 계산대로라면 2개월 내 처리 가능한 안심대출 심사는 4만건을 넘기 어렵다. 

지난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심사 당시에는 각 은행이 대환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심사업무도 은행별로 분산됐다. 반면 올해의 경우 주금공이 직접 대환을 처리하기 때문에 심사 업무가 모두 주금공 직원들에게 집중됐다. 2개월이라는 심사 기간도 넉넉하지 않은 이유다.

금융노조는 “처리 가능한 물량의 6배 이상의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몸을 갈아 넣으라는 강요”라며 ▲인력 긴급 확충 ▲업무절차 효율화 ▲심사처리 기간 연장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금공은 심사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심사 업무로 인해 본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라인드 앱에 주금공 내부 사정을 올린 작성자는 “주금공의 한 지사는 지사장·팀장 제외 8~12명의 직원이 2~3팀으로 나눠 보증연금 보증 심사를 분담하고 있다”며 “이렇게 본 업무가 넘쳐나는데도 100~250개의 심사를 매일 무조건 끝내라는 식”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주금공 관계자는 24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현재 인턴 등을 포함해 심사 업무 담당 인력을 666명까지 확충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21일 기준 대략 심사 업무의 7% 가량을 완료한 상태"라고 답했다. 단기간 인력확충으로 인한 부실심사 우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심사는 전문성을 갖춘 담당 직원들이 맡고 있다"며 "확충된 인력은 주로 기초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맡아 담당 직원들이 심사 업무만 전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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