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리아】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룰(규칙)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홍이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도 해결의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자 당 안팎에서 지도부의 협상력과 타협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당내 최대 실권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결자해지'차원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19일 현재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선후보 경선 룰 문제 논의에서 한발짝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외견상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와 관련해 비박(비박근혜)계 대선 주자들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또 황 대표는 새누리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구체적인 의중을 파악하는데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황 대표의 시도가 일방통행식이 되지 않으려면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건에 따라 의견을 물어서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황 대표가 다른 비박계 대선주자들에게는 경선 룰 논의에 앞서 당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하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박 전 대표에게는 빨리 출마선언을 하고 후보등록을 마쳐 다른 대선주자들과 같은 조건에서 룰과 관련된 논의를 하라는 어떠한 권유나 압박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일색인 지도부를 앞세워 경선 룰에 대한 비박계 주자들의 요구가 정리된 다음에나 출마선언을 하겠다는 고압적인 자세를 가진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비박 주자 측과의 접촉을 전후해서 황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 산하에 경선 룰 논의기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당내 경선 룰 갈등이 점화된 것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잇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4월 말부터다.

이들은 경선 흥행과 대선 후보의 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의원·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2:3:3:2로 반영하는 현재의 당 경선 룰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계 측은 일관되게 역선택과 동원선거 등의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2개월여에 걸쳐 룰의 전쟁이 한치의 진전도 없이 계속돼온 것이다.

그간 열렸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친박계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이 매번 쏟아졌다.

이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내 유일한 비박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8일 한 라디오에 출연, "(경선 룰과 관련해) 지도부 내의 전체적인 흐름은 완전국민경선제 거부 쪽으로 잡힌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선 룰 논의를 위해 경선 관리위원회 구성 이전에 경선 준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비박 주자 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경선 관리위 출범을 공식 의결했다.

당 지도부는 경선 준비위 대신 협의 기구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이 마저도 '어디 산하에 둘 것인지' 등 기구의 성격과 역할을 놓고 비박 주자들과의 사이에 대립전선이 형성돼 있다.

비박 주자 측에서는 '경선 룰 논의 없이는 후보 등록도 하지 않고 경선에도 불참하겠다'는 입장으로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산하 협의 기구 설치 제안에 대해 "진정성을 확인하기 힘들다. '모양새 만들기'용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독립적 논의 기구 설치를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비박주자들 사이에서 경선 보이콧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그러나 황 대표가 지난 17일 오찬간담회에서 "18일에는 최고위 산하의 경선 룰 논의 기구 출범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하면서 애초에 비박 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뒷얘기가 나왔다.

황 대표 등 지도부가 그 동안 비박 주자들과 대리인들을 수차례 만났으나 별 다른 진전이 없는 것이 비박계 주자들이 '지도부에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달 19, 20일, 이달 16, 17일 정몽준·이재오·김문수·임태희· 후보 등 비박 주자들과 비공개로 회동하거나 전화통화를 가졌고, 이달 15일에는 비박 주자 대리인들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서로 기존의 입장만 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 별 다른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

친박계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15일 비박 주자 대리인들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비박계의) 주장을 최고위원회에 요구는 하겠다"면서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지난 16, 17일 황 대표와 비박 주자들과의 회동에서도 입장 차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김문수 지사는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러운 것이 무슨 민주주의냐"며 당내 상황을 비판했고, 정몽준 전 대표는 "황 대표가 공정한 경선관리인인지 저는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만남 자체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번듯한 협상카드 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비박주자들과의 대화에 나서, 오히려 지도부의 협상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도부의 움직임이 무력감을 보이자 당내의 시선은 자연스레 박 전 대표 쪽으로 향하고 있다.

비박계가 지도부를 향해 '박근혜의 대리인' '박근혜의 사당(私黨)'이라고 비판해온 것이 모두 헛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 지사 측 김용태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국민경선제 법안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가 반대하는 것인지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는 당 경선 룰 변경과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달 23일 "경기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추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이제는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서 박 전 대표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직접 나서야 할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룰의 전쟁'은 결국 박 전 대표가 풀어야 할 매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박 전 대표가 직접 다른 대선 주자들을 만나 대화를 시작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표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비박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면서 "경선 룰 문제는 박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 명부 유출 사건으로 비박계 쪽에서 명분적으로 당원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친박 측이 선거인단 비율 조정까지는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1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