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보다 직장갑질 119 등 시민단체에 제보 급증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맞이 캠페인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제조 생산직에서 일하고 있는데, 요즘 회사에 일이 없다고 금요일을 휴무로 강제 지정한다고 하네요. 문제는 강제 휴무를 제 연차에서 뺀다는 겁니다.”

직장갑질 119에 올라온 직장 내 괴롭힘 제보이다.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하루 평균 100건 이상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법 시행 이전 제보 건수는 일 평균 65건이었으나 법시행 이후는 일 평균 100건 이상에 달한다.

한 제보자는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저에게 상사가 옷을 잡으며 ‘어디를 도망가려고 하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외에도 과중한 업무지시와 폭언, 폭행으로 많이 괴롭힙니다. 녹취파일도 가지고 있어서 신고하고 싶지만 보복이 걱정되어 망설이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모욕적인 말에 시달리는 사례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회사 대표이사가 ‘말을 알아듣기는 하느냐’, ‘그렇게 일해서 월급은 가져갈 수 있냐’ 등 매일 고함과 폭언을 일삼는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는데 어떻게 갑질을 멈출 수 있나요?”라고 호소했다.

주목할 점은 이전에는 임금체불, 해고 등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이 많았으나 지난 일주일 동안에는 괴롭힘 관련 제보의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법 시행 전에는 위법한 상황이 아니니까 괴롭힘을 당해도 제보를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법이 시행되었고 제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제보가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코리아> 취재 결과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정부기관보다 민간단체에 제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제보는 법 시행 일주일간 63건이었고, 민간단체에는 하루 100건 이상 접수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제보자들이 정부기관보다 민간단체에 문의하는 것을 더 선호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겪은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상담할 경우 정부기관보다는 민간단체가 더 신속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 제보자는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제보에 따른 신분 노출이다. 제보할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야 하는데, 민간단체는 메일로 접수가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민간단체에 우선적으로 제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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