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서 몇차례에 걸쳐서 장기채권 문제를 언급하였다. 왜냐하면 장기채권을 방치하면 기업의 악성연체채권이 증가하게 되고 악성 채권이 회수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은 각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장기채권의 증가와 감소를 면밀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장기채권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기업은 문제 유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 부실화 되는 첫번째 요인은 부실대출이다. 반면에 기업은 매출 처리는 하였지만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악성연체채권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 하나의 판단기준이다. 

쉬운 예를 하나 들면 10조원 매출에 2천억원 순이익을 자량하는 모 건설업체의 채권금액이 4조원이고 그 중에서 12개월 이상 연체된 장기채권이 1조 5천억원이라고 하면 정상적인 기업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12개월 이상 연체된 장기채권 1조 5천억원 중에서 5,000억원이 회수가 불가능하면 바로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이나 이를 감리하는 회계법인이 아니면 매출채권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악성 채권 중에서도 12개월 이상 된 장기연체채권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함을 아는 감독기관이라면 절대로 기업이 제멋대로 악성연채채권을 공시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정형식으로 장단기 채권현황을 보고하도록 하여 악성연체채권을 숨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기업이 악성연체채권을 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라서 비용 또는 손실로 처리하면 될 매출을 마치 회수 가능한 정상적인 매출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은 재무제표 공시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기업이 악성연체채권을 숨기지 못하도록 하여 정상적으로 비용처리 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분식회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뒤늦게 분식회계를 조사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2015년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사전에 인지가 가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감리를 맡은 회계법인의 타락과 금융감독기관의 업무상 방치로 인하여 발생한 사건이었다. 만약 회계법인의 조그만 전문가적인 윤리의식이 있었더라면 4조 5천억원이라는 분식회계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잘못에 대한 처벌은 검찰수사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이 회계법인의 ‘적정의견’만 믿고 앞뒤도 맞지 않는 재무제표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음으로 인하여 국가적인 큰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진 것이 전혀 없다. 기껏해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제도 변경이 있었을 뿐이다. 물론 이것도 안 한 것 보다는 잘한 것이지만 분식회계에 대하여 책임진다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기준과 공시제도가 강화되고 합리적으로 정리되면서 마치 더 이상의 조선업 또는 건설업의 분식회계는 없을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2018년 장기채권을 검토해보니 2015년과 같이 관리가 부실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장기채권을 단기채권으로만 공시를 하여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부터 채권현황에 대한 연령분석 자료를 공시하고 있다. 이 연령분석 자료에 의하면 12개월 이상 연체된 악성채권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단기채권으로 공시하였다. 단기채권중에서 악성연체채권을 장기로 필자가 다시 분류한 것이 아래 현황이다. 2014년 대비해보면 2018년의 장기채권이 아직도 많음을 한 눈에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둘째 일부는 장기채권으로 공시를 하고 나머지는 단기채권에 숨겨두어도, 이것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눈감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채권의 연령분석 자료를 교묘하게 엉터리로 작성하여 장기채권 금액 전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건설의 2018년 단기 및 장기채권 금액은7조 5천억원으로 공시되어 있으나, 주석에 있는 연령분석 내용을 보면 2조 3천억원에 불과하여 겨우 31%에 불과하여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 고의적으로 연령 분석을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가지게 만들었다. 

GS건설도 2018년 장단기 채권 전체 금액이 5조 2천억원임에도 4조 9천원에 해당하는 연령분석 자료만 공시하여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반면에 대림산업은 2018년 장단기 채권 금액이 3조 1천억인데 연령분석 자료도 같은 금액인 3조 1천억원의 자료를 공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채권에 대한 연령분석 자료를 대림산업처럼 공시하여도 되고 GS건설이나 현대건설처럼 공시하여도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연령분석 자료는 최소한 대림산업처럼 공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연령분석 자료는 어디까지나 전체 채권에 대한 연령분석이지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제멋대로 공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건설이나 GS건설처럼 고의적으로 연령분석을 누락시키는 기업에 대하여 금융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림산업은 채권 전체 금액이 3조 1천억원이고 100% 연령분석 자료를 제시하였고, GS건설은 채권 전체 금액이 5조 2천억원이고 94% 연령분석 자료를 제시하였으나, 현대건설은 채권 전체 금액이 7조 5천억원인데 31% 연령분석 자료를 제시하여도 아무런 제재를 한 것이 없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경우, 누가 보아도 채권 전체 금액에 대한 연령분석자료를 보여주기 싫어서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는 비난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것을 모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못본척하고 있다는 말인가? 지금은 2015년도 아니고 2019년인데 어째서 채권에 대한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은 부실하게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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