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강제노역형' 오보, 청와대 알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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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강제노역형' 오보, 청와대 알고 있었나
  • 이두익 기자
  • 승인 2019.06.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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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공연 관람 보도에서 '숙청설'이 돌았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우측 붉은원)이 확인됐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뉴시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 대한 ‘강제 노역형’ 보도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열린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31일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제목으로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협상 결렬 책임을 물어 처형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하며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했고,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도 결정적 통역 실수로 '최고 존엄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근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하며 김영철 위원장의 건재 사실을 알렸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 담겼다. 

북한의 이 보도는 조선일보 ‘김영철 강제노역형’ 기사가 나온 지 사흘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남한 언론이 북한 인사 숙청설을 제기할 때마다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우회적으로 반박한 바 있이 이번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의 ‘김영철 강제노역형’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보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후 치러진 김정은 2기 권력 재편과정에서 통일전선부장 직책을 제외한 당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각 가능성을 낮게 본 것.

조선일보의 북한 인사 관련 ‘아니면 말고’ 식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3년 8월29일에도 '현송월 숙청'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오보로 밝혀져 머쓱해진 적이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을 포함해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고 보도했으나 현송월은 총살은커녕 건재했으며 지난해 1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자격으로 서울에 와 공연했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다. 이때문에 언론계 내부에서도 '문제가 많은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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