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캐피탈 실적이 주춤하면서 성장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캐피탈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328억원으로 전년 동기(354억원) 대비 약 7.3% 하락했다. 금융지주 소속 캐피탈 회사 중 올 1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KB캐피탈을 비롯해 하나캐피탈(-3.5%), JB우리캐피탈(-3.2%), BNK캐피탈(-15.8%) 등이다. BNK캐피탈이 가장 감소폭이 크지만, 올 1분기 기준 자산규모는 KB캐피탈(9.7조원)의 절반 수준(4.9조원)이다.

반면 신한캐피탈(6.3조원), NH농협캐피탈(4.7조원) 등은 올 1분기 각각 456억원(76.8%), 125억원(8.7%)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신한캐피탈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0% 가까이 오른 순이익을 기록하며 맹렬한 속도로 KB캐피탈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4년 KB금융그룹에 편입된 KB캐피탈은 당시 약 4조원의 자산으로 업계 6위권 수준이었으나, 2015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해 2015~2017년 연평균 40%대의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제조업 계열 캐피탈사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KB캐피탈은 금새 롯데캐피탈을 제치고 부동의 1위 현대캐피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금융지주 캐피탈 계열사 중에서는 1위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성장이 '독'이 됐을까. 지난해부터 KB캐피탈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지난해 KB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134억원으로 2017년(1204억원) 6% 가량 하락했다. 금융지주 캐피탈 계열사로 한정해도, 2017년에 비해 300억원 가량 많은 순이익을 올린 하나캐피탈(1204억원)에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에서는 자동차금융에서의 성장 정체를 KB캐피탈이 주춤한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하락한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은 모두 자동차금융 사업 비중이 50% 이상이다. 소액으로 많은 건을 취급할 수 있는 자동차금융은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캐피탈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업분야다.

KB캐피탈은 지난 2016년 쌍용자동차와 함께 전속 할부금융사 SY오토캐피탈을 설립하고, 모바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를 출시하는 등 자동차금융에 진출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중고차 및 수입차 금융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2015년 631억원이던 순이익은 2017년 1204억원으로 2년 만에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은행권과 카드사까지 자동차금융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효자 노릇을 하던 자동차금융의 성적표도 주춤했다. 이와 함께 연체율도 상승해 비상이 걸렸다. 자산 기준 빅4 캐피탈(현대·KB·아주·롯데)의 올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92%다. 연체율 평균 상승폭은 직전 분기 대비 0.15%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보다 높다.

연체율만 보면 올 1분기 △롯데캐피탈 2.07% △현대캐피탈 2.04% △KB캐피탈 1.96% △아주캐피탈 1.63% 등 순으로 높지만 연체율 상승폭은  KB캐피탈이 0.31%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는 KB캐피탈의 자산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음을 뜻한다. 현대캐피탈의 연체율 상승폭이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KB캐피탈의 리스크는 더 뚜렸해진다. 

결국 자동차금융시장이 포화되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자영업자 등의 상환능력이 약화되면서 고속성장가도를 달리던 KB캐피탈의 발목이 잡힌 것. 리스크가 커지다보니 KB캐피탈도 허리띠를 졸라 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인수 당시인 2014년 29.6%에 달했던 KB캐피탈의 배당 성향은 이듬해부터 17.0%→11.1%→8.9%로 매년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아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자산건전성 강화와 공격적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KB캐피탈은 친정에 손길을 내밀었다. KB금융은 지난 3월 KB캐피탈 500억원의 증자를 실행했다.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증자를 통해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미 자동차금융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증자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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