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서 부스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시업계와 차량공유서비스 ‘타다’의 갈등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간의 설전으로 옮겨 붙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2일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 간의 갈등에 대한 이 대표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라고 비난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택시업계는 혁신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크게 입는 계층인데, 이분들은 기존 법과 사회 질서 안에서 자기의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그분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가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그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책임자를 향해서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또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최 위원장 발언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아무리 다 맞는 말이라고 해도 국민인 제가 왜 금융위원장에게 이런 소리를 공개적으로 들어야 하는 지는 잘 이해가 안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23일에도 이어졌다. 발언의 톤은 전날보다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뼈있는 말이 오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 사업자도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뜻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전날 발언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도 혁신 지원만큼 중요한 일”이라며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것임을 항상 유념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산업 발전에 따라 밀려나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전날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2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에 대해 "제 주장을 잘 정리해주셨다"고 답했다. <사진=이재웅 쏘카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최 위원장 발언을 담은 언론 기사를 게시하고 “오늘 아침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좋은 말을 해주셨다. 지금까지 제가 언론과 페이스북에서 주장하던 이야기를 잘 정리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 혁신은 필요하다. 하지만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나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그 부분은 잘 보다듬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전통산업이나 전통산업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돕고 거기에 혁신산업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통산업을 보다듬어 주고 혁신산업은 놔두었다가 혁신산업이 잘되면 세금을 많이 걷고 독과점 산업이 되면 규제하거나 분할하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 과정에서 혁신산업이 전통산업을 도울 게 있으면 도와야한다는 것이 제 지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는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있게 잘 읽어봐주셔서 고맙다”며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 대표는 해당 글에 “진작 이렇게 이야기했으면 내가 칭찬했다. 나는 뒤끝은 없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