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강원 고성·속초 지역 화재 최초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전신주가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일 강원도 산불 발화점으로 지목된 전신주 개폐기와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의 관리책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일 세종정부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원도 산불에 대해 “저는 한전의 책임이 있을 것 같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강원 산불이) 불가항력이 아니고 (한전의) 책임이 있다고 나온다면 정부도 가만있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산불 원인 대한 조사 중인 만큼 진 장관도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만약의 경우 피해 주민들이 한전과 직접 소송전을 하도록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전은 관리책임 소홀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지난 10일 해명자료를 내고 산불 발생 전날 강풍주의보 예보에 따른 비상발령체제를 구축했으며, 산불 당일에도 자체 지침 및 기준에 따라 현장을 순시했다고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당시 육안 검사 결과 전신주에 이물질이 끼는 등의 화재 유발 소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배전설비 관리는 육안검사와 정밀 진단으로 구분된다”며 “산불 발생 당일에도 발화 전신주의 개폐기(척산간 158호)가 포함된 '척산간 6∼280호' 구간에 대해 외물접촉 등 이상여부를 육안으로 순시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전의 관리가 해명처럼 완벽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노컷뉴스가 11일 공개한 한전 내부자료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전신주에 대한 정밀 점검은 한전의 외부 용역업체가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이 용역을 준 A전력업체 직원 2명은 사고 발생 6일 전인 3월 29일 약 7시간 동안 해당 전신주를 포함된 4~5km 구간 내 458개의 전신주에 대해 열화상 진단을 실시했다. 하지만 전신주 1개 당 진단 시간은 불과 55초로 정밀 검사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짦은 시간이다.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소속 전기노동자들은 1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외부의 이물질이 전선에 붙었을 가능성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을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산불을 둘러싼 한전 책임공방은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와야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개폐기를 수거해 정밀감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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