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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가짜뉴스, 한국사회 점령하다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9.04.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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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강원 지역 산불 상황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은 후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들은 최악의 산불에 고통받고 있는데, 대통령은 술판을 벌이고 영부인은 꽃놀이를 가다니!”

이는 지난 6일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내용 중 일부다. 해당 영상은 강원도 고성, 속초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지난 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된 ‘문재인의 강원도 대화재 막장 대처 총정리’라는 글에도,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7시경부터 언론인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해 5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식석상에 등장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은 김정숙 여사 또한 이날 꽃놀이 사진을 청와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내용은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문 대통령이 4일 신문의 날 축하연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오후 6시 40분 경 행사장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여사가 우리꽃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한 것도 이날 오전 11시경으로 오후 1시경 행사를 마무리했다. 모두 화재가 시작한 오후 7시 17분 이전의 일이다. 결국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산불이 확산되는 동안 술판과 꽃놀이를 즐겼다는 것은 사실무근이었다.

6일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이 유튜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 산불 당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진성호 전 의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 '가짜뉴스' 규제 VS '표현의 자유' 위축

대통령이나 그 관계자들이 가짜뉴스로 곤혹을 치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전문기업 다음소프트가 2014년 1월 1일부터 2017년 3월 1일까지 가짜뉴스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가짜뉴스에 언급된 인물 1・2위에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문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의식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데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 문건이 미디어오늘 등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여당이 위원 다수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가짜뉴스를 심의하도록 하고, 경찰 집중단속을 통해 고소·고발 없이도 가짜뉴스를 수사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담겨 있다. 비교적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진보진영에서도 과도한 대응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도외시한 채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지난 6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문재인 대통령 술자리 관련 가짜뉴스 내용.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가짜뉴스 유통에 구글코리아는 '모르쇠'

게다가 가짜뉴스를 유통시키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도 가짜뉴스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구글코리아 본사를 방문해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특수부재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 등 가짜뉴스 104건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가짜뉴스와 관련해 “유튜브는 진실을 규명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며 ““(가짜뉴스 규제) 의도는 좋지만 과도하면 지나친 블로킹, 필터링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가짜뉴스를 유통시킨 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을 처벌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가짜뉴스가 확산될수록 이를 검증할 주류 언론의 책임도 더욱 강조된다. 하지만 국내 언론의 경우 가짜뉴스 유통에 오히려 동참하며 독자의 신뢰를 상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언론에서는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하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관할경찰서가 “5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 자체가 없다”고 밝히며 해당 기사는 결국 삭제됐다. 가짜뉴스의 검증을 통해 전통 언론의 위상을 제고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회를 위기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 자신이 '인터넷 거품'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입소스 홈페이지 갈무리>

♢ 가짜 뉴스로 인한 피로와 불신↑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해 전세계 27개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나는 뉴스가 가짜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뉴스를 사실로 믿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의 응답자는 58%로 조사대상국 중 3위를 차지했다. “나는 인터넷 ‘거품’ 속에서 생활하고, 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하며, 내가 이미 동의한 의견을 찾습니다”라는 질문에 동의한 한국의 응답자 비율 또한 44%로 조사대상국 중 다섯번째였다. 가짜뉴스의 확산으로 정보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보다 더욱 많다는 것. 반복되는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가짜뉴스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안전벨트 처벌법'과 같은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승용차 운전자의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해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면서 인식에 변화가 생겼듯 가짜뉴스도 처벌을 엄격히 해야 가짜뉴스의 생산 유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 가짜뉴스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위반시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예고했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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