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의 재판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예정된 가운데 전 씨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거 왜 이래!”

11일 법원에 출석한 전두환 씨가 내뱉은 첫 말 한마디다. 전 씨는 11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해 오후 12시 34분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전 씨가 5.18 발생 39년만에 광주에 온 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다. 전씨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법정 출석을 거부하던 전씨는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 어쩔 수 없이 재판에 나오게 된 것.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의 재판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예정된 가운데 전 씨가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씨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옹호한 부인 이순자씨도 이날 함께 법원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씨는 노쇠해 보이기는 했지만 부축 없이 걸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왜 이래"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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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가 차에서 내리자 취재진이 다가와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전씨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한 기자가 전씨 앞으로 마이크를 내밀며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전씨는 인상을 쓰며 “이거 왜 이래”라고 뿌리치듯 내뱉았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5·18 관련 단체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법원으로 몰려들어 전 씨의 출두 장면을 지켜봤다. 일부 시민들은 "전두환은 5·18 영령 앞에 사죄하라"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의 재판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예정된 가운데 시민단체 등이 '구속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전 씨 출석은 주목의 대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번 재판이 전두환 씨가 사죄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의혹 해소에 초점을 맞춰 시각 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전두환 씨가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5·18과 관련한 세간의 미진한 의혹들이 말끔히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세간의 미진한 의혹’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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