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 북측광장에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1차 자영업 총궐기대회'를 열고 단체 삭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드수수료 인상을 두고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며 “대형 가맹점이 적격비용을 벗어나 카드사와의 협상력에 의존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여전법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시행된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인해 예상되는 수익 감소를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으로 보전하려는 계획이다. 실제 주요 카드사들은 최근 대형가맹점들에게 약 2~3% 가량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가맹점들은 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갈등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대형가맹점이 그간 상대적인 수수료 혜택을 누려온데다,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이 협상력을 무기로 카드사에 수수료 동결 또는 인하를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형가맹점은 그동안 매출액 규모에 따른 높은 협상력으로 일반 가맹점보다 낮은 카드수수료율을 보장받아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요 대형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대형마트 1.94%, 백화점 2.01%, 통신사 1.8% 등이었다. 반면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은 2.3%로 최대 0.5%p의 차이를 보였다. 카드사 마케팅 혜택은 대형가맹점이 더 입지만, 일반가맹점이 더 무거운 비용 부담을 지는 역전현상이 이어져온 셈.

금융위에 따르면 카드수수료 개편으로 일반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약 8000억원 가량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는 예상되는 수익 감소를 메우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또한 수익자 비용 부담 원칙에 따라 카드사 마케팅 및 부가서비스 혜택이 집중된 대형가맹점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입장.

다만 카드사의 중요 고객인 대형가맹점이 상대적으로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상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4년 비씨카드는 이마트에 1.5%에서 2.3%로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으나, 역으로 이마트가 계약해지를 통보하자 결국 인상폭을 크게 낮추는 선에서 합의한 바 있다.

대형가맹점의 ‘갑질’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인 여전법 18조 4항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해당 조항에 관련된 판례는 아직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갈등이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감정싸움 끝에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결제에 추가 조건을 달 경우, 해당 카드사를 이용중인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수수료 인상을 수용한다해도 증가한 비용을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수수료 갈등이 소비자에게 불똥이 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실효성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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