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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고립된 민노총, '투쟁vs소통' 기로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9.02.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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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청와대로 행진하기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지난 19일 아홉 차례의 마라톤 회의 끝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의 합의점을 찾아냈다.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했던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합의안을 ‘개악’이라며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을 향한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경총이 넣은 탄력근로제 개악 민원을 정부와 국회가 덜렁 받아 답을 정해놓고, 대화 상대를 압박해 합의를 강요하는 것을 ‘사회적 대화’라 평가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개악합의는 정상적인 회의도 아닌 노사정 대표자끼리 시도한 야합”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6일 총파업을 통해 경사노위가 도출한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강력 규탄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에 강경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조직 안팎에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할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굳이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경사노위 안에서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는 것. 경사노위에 참여한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통보하고 탄력근로제 반대를 위한 장외 투장을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여당과 노동계 간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민주노총과 당정 간의 소통은 매번 장벽에 가로막힌 듯 원활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24일 청와대 만찬에 노동계 대표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은 불참을 통보했다. 당시 민주노총이 밝힌 표면적인 불참 이유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이벤트성 행사를 밀어붙였다는 것.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배석된 것도 민주노총이 문제삼은 불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노동계의 첫 만남에 불참하는 이유로 내세우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민주노총과 당정의 대화는 이후에도 계속 삐걱거렸다. 지난해 5월에는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에 반발하며 모든 노사정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11월부터 시작된 경사노위에도 참여를 거부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당정도 서운함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국회에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또한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계속 거부해온 직접적인 명분은 최근 노동정책 논의 방향에 노동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임금억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사회적 대화기구가 애초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전제하고 시작된다면 민주노총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 정부가 민주노총 불참 시 정부안을 내놓겠다며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압박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반면 이번 경사노위 불참은 정부와의 기싸움때문이 아니라  민주노총 내부사정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도 2017년 12월 선거 당시 ‘사회적 대화 참여’를 내걸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인물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6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민노총의 지도부로서 판단컨대는 대의원들께서 동의해 주실 것이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민주노총은 긴급한 노동현안이 늘어남에 따라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문제를 논의하려 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대의원회에는 대의원 1270명 중 1000명 이상이 참석하며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사노위 참여 원안부터 조건부 참여, 전면 불참 등 어떤 안건도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다. 대화 불참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아무 결정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대의원회에 상정된 경사노위 조건부 참여 안건의 경우 44.1%의 찬성표를 받아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사회적 대화 참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상당히 확산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대화 참여를 강경하게 거부하는 내부 반대파를 설득하는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민주노총 내 경사노위 참여 논의가 파행을 겪어온 것은 조직 내 갈등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당초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강경하게 반대하는 현장파와의 줄다리기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 경사노위 참여 논의를 위한 임시대의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이후 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 4명과 국장급 3명이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5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안건에 대해 지금까지의 경과는 어땠는지 충분히 알려 주고 소통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시간적으로 부족했다”고 자책했지만,  두달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탄력근로제 등 중요 노동현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적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반복하는 것은 민주노총에게도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UPI뉴스와 리서치뷰가 지난해 12월 전국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노총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말한 응답자(65.4%)는 좋아졌다고 말한 응답자(9.7%)의 6배가 넘었다. 심지어 민주노총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의당 지지자, 블루칼라, 진보성향 응답자들조차도 민주노총을 불신한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서 멀어질수록, 여론의 지지로부터 더 멀어질 위험도 크다.

민주노총은 당장 오는 3월 6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현재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달 대의원회에서 드러났듯이 내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다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민주노총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 대화에 ‘불참’ 입장을 고수해온 민주노총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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