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수치를 언급하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일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강 장관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중동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특유의 과장법을 사용해 향후 인상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한국 방위에 매년 50억 달러를 쓰고 있다. 한국은 이를 위해 약 5억 달러를 지불해왔다”며 “그들은 어제 5억달러를 더 내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분담금은 몇 년 간 더 올라갈 것”이라며 자신의 전화 몇 통에 한국이 5억 달러를 추가부담하게 됐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차이가 있다. 실제 한국이 지난해 부담했던 방위비는 9602억원으로 약 8억 56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올해 발효될 제 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결정된 우리 측 분담금은 1조389억원(9억2600만 달러)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8.2% 오른 수준이다. 당초 미국이 요구한 인상액을 줄인 대신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것.

한국이 그간 5억 달러 수준의 분담금을 내오다 올해부터 두배를 내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을 과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최초 요구가 1조4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억원 가까이 오른 금액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수치를 착각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과장된 수치를 제시하며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강조하는 동시에 향후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거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진실된 과장법’(truthful hyperbole)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실제와 다른 통계치 등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기하며 대중의 관심과 감정을 끌어올리는 화법을 종종 사용했다.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모인 청중 규모가 역대 최대라고 자랑하거나, 의회 동의 없이 특정 정책을 행정명령 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지지층의 응원을 얻었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팩트체크’를 통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있지만, 애초에 정치적 목적에서 과장법을 사용하는 만큼 지지율에는 변화가 없다.

‘진실한 과장법’은 외교 무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대니얼 드레즈너 미 터프츠대 교수는 12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진실한 과장법)을 허풍이나 유도라고 부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관계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드레즈너 교수는 진실한 과장법이 외교무대에서 장기적으로 효용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드레즈너 교수는 이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미 정부가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인상된 금액이 10차에 걸친 협상과 핵심 동맹국과의 긴장관계를 감수할 만큼 가치있는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드레즈너 교수는 이어 “진실한 과장법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수치에 대해 배경이 어떤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는 있겠지만 하여튼 양국간 합의한 내용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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