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사 항명'으로 촉발된 국정난맥과 관련해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사 파동으로 상처를 입은 리더십을 회복하고 국정혼란을 조기 수습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여론 설득에 나서는 한편 이날 오후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항명 파동'의 진앙지인 진 장관의 거취문제를 서둘러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진 장관 직접 겨냥 비판 뒤 사표 수리

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 등 정책입안자들에게 "바람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안에 대해 '양심의 문제'라며 사퇴의사를 표명한 진 장관의 처신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초연금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장관이 '나 홀로 위기상황을 빠져나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또 기초연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적극 반박하면서 "정부에서는 이번 안이 오히려 30~40대를 포함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도록 설계됐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아져 가입자에게 이익이란 걸 확실히 설명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기초연금 후퇴 해명 브리핑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초연금 정부안의 당위성과 혜택은 강조하고 진 장관의 처신은 비판하는 여론전에 나선 양상이다.

이어 이날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박 대통령도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결국 나흘간의 항명 파동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이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이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정 총리를 통해 국정감사 대응과 복지 현안 해결 등의 이유를 들어 두 차례나 사퇴를 만류했다. 그러나 진 장관이 끝내 사의를 접지 않자 박 대통령도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항명 파동과 공약 후퇴 파장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개각설은 일축…'국정운영 문제' 자인 결과 감안한 듯

그러면서도 진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점화된 새 정부 첫 개각설은 일축했다.

지난 28일 정 국무총리가 개각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데 이어 이날 오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지금 단계에서 개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박근혜정부 요직 곳곳에는 부처 수장의 공백이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양건 전 원장이 자진사퇴한 감사원장과 지난 28일 채동욱 청장의 사표가 수리된 검찰총장, 그리고 진 장관의 사표 수리로 결국 빈 자리가 된 복지부 장관직이 그렇다.

이에 더해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자진사퇴한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감사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감사위원 한 자리 등 차관급에서도 빈 자리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권 출범 후 발생한 각종 인사파동과 공약후퇴 논란 등을 털어버리고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매진하자는 차원에서 2기 내각 출범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와대가 개각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못박은 것은 이번 항명 파동을 개각으로까지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할 경우 일련의 국정운영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실시하는 개각은 공약 후퇴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가 있는데 이 경우 신뢰와 원칙이라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까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정기국회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현 내각을 유지하면서 순차적 인사로 일부 인사공백을 메우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나아가 각종 인사파동으로 인해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인물을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현실적 고민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등 반발 커 국정난맥 해소 여부는 미지수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정면돌파 카드가 국정난맥을 해소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임기 첫해 국정운영의 성패를 가를 9월 정기국회에서 민주당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권으로부터 장외투쟁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던 민주당은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을 계기로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고 벼르는 분위기다.

또 새 정부 첫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정부의 실정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진 장관과 채 총장 사퇴 논란 등 여러 현안을 활용해 전방위 대여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여 박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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