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이코리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문제로 민주당과 대립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 언론들은 장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집착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CNN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며칠간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CNN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예산을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사용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50억 달러의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 배정을 놓고 민주당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미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가 16일째를 맞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언급한 것은, 향후 셧다운이 장기화되더라도 장벽 예산 문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발언에 대해 미 언론은 일제히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로 대응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의 장기 셧다운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에 대한 세계의 신뢰는 미국 정치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을 둔다”며 “(단기 셧다운과 달리) 장기간의 셧다운 이후 정부가 상실했던 기능을 제대로 회복할지는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어 “세계는 결국 미국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떠받치는 제도들이 훼손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이라며 “이는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확신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국가비상사태 발언이 공화당의 우울한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었다면 대체 셧다운은 왜 한 것이냐”며 “현재는 비상사태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헌법 상의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WP 는 이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제한적인 권력으로 웅장한 성명을 발표하는 동안 그를 옹호하거나, 무언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공화당의 수동적인 모습은 헌법에 대해 무지하며 취임 선서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5일~6일 양일 간에 걸쳐 민주당 지도부와 장벽 예산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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