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나경원 의원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나 의원은 당선 소감으로 계파갈등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친박계의 표가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져 당내 판도의 변화가 예견된다.

11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과 러닝메이트 정용기 의원은 총 103표 중 68표를 얻어 35표를 얻은 김학용·김종석 의원을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각각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됐다.

나 의원의 경선 상대였던 김학용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경력을 가진 대표적인 비박계다. 특히 같은 비박계 후보인 김영우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강석호 의원과의 단일화로 당내 비박계·복당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상황.

나 의원이 당내 주류의 표가 집중된 김 의원을 큰 표 차로 꺾은 데는 그간 비박계·복당파 중심의 당내 권력구도에 불만을 느끼고 있던 친박계의 지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계였지만 분당 시 잔류를 선택하면서 기존 이미지를 벗고 대표적인 무계파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러닝메이트로 영입한 정 의원도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당내 주도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친박계 의원들에게는 비박계를 견제할 수 있는 차선책인 셈.

또한 이번에 당선된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지만 의원총회 추인을 받으면 2020년 4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와 내후년 총선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자리를 김무성 의원이 뒷받침하는 김학용 의원에게 내줄 경우 친박계가 자칫 공천 과정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 의원을 지지하는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계파 갈등에서 중립적인 의원들도 나 의원을 지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태 원내대표에 이어 또다시 비박계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될 경우 자칫 친박계의 분당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 나 의원이 뚜렷한 계파색을 띠고 있지 않다는 점도 중립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나 의원의 당선으로 한국당 세력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는 1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경선은) 복당파와 잔류파의 싸움이었다. 나 의원도 비박이었으니까”라며 “복당파가 발언권이 축소되지 않겠나. 그리고 누구나 다 짐작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비대위원들 몇 명이 그렇게 의원들도 다 모르는 분들일 텐데 김병준 비대위가 앞으로 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나 의원은 이번 경선을 비박 대 친박의 대결로 인식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당선 소감에서 “(이번 경선으로) 지긋지긋한 계파 이야기는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우리가 하나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선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나 의원은 “우리 당이 더 이상 예전의 계파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선택했다고 본다”며 계파통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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