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체포당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양국이 통신기술 분야에서 신냉전을 벌이는 것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CFO의 혐의는 대이란제재 위반이다. 미 사법당국은 2016년부터 화웨이가 제재를 어기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이란 등에 해상 운송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멍완저우 CFO의 체포를 제재 위반 때문이 아닌 중국을 상대로한 인질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멍완저우 CFO가 체포된 지난 1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녁 만찬을 함께 하며 90일 간의 무역전쟁 중단에 합의한 날이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앞으로는 손을 내밀면서 뒤로는 칼을 휘둘렀다며 강한 반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사태가 단순히 제재위반 혐의를 조사하려는 목적보다는 중국과의 통상마찰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한 수로 보고 있다. 실제 화웨이는 지난 2005년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중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통신기업으로 지난 2분기부터 애플을 제치고 삼성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차세대 통신기술인 5G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경쟁업체에 비해서도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나서는 국내 3대 통신사 중 LG유플러스는 뛰어난 ‘가성비’를 보이는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기술 굴기(崛起·일으켜 세움)의 선봉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분야 진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 특히 화웨이의 경우 보안이슈로 인해 이미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미 하원 주도로 화웨이 장비의 안보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2016년에는 미국 내 판매 중인 화웨이 스마트폰의 ‘백도어’(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상 통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019년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과시키며 사실상 미국 내 통신 관련 사업에 중국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CNBC는 6일 “화웨이 장비의 잠재적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 것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라며 호주와 영국 등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멍완저우 CFO가 체포되다보니, 실제 체포 목적인 대이란제재 위반보다는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멍완저우 CFO 체포는 5G 등 차세대 기술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을 견제하는 한편, 중국 글로벌 기업을 통해 미국의 중요 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 정부는 힘겨루기 중인 중국 정부를 향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선하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멍완저우 CFO 체포가 트럼프 정부의 실책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화웨이 임원을 기소한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트럼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WP는 화웨이에 이어 대이란 스마트폰 수출량 2, 3위를 차지하는 삼성과 에릭손 등의 업체들도 제재 위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화웨이의 임원만 체포한 것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혐의를 완전히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WP는 이어 이번 사태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어리석은 정치적 전략이었다며 “(체포한) 시점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정부의 총체적 혼란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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