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는 조건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내용으로 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가 승인이 났다. 하지만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과, 내국인 진료를 불허하는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지지 의견이 부딪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진료과목은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목으로 한정된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루디(녹지) 그룹의 전액 투자를 받아 설립되는 국내 첫 영리병원이다. 지난해 8월 지하 1층 지상 3층 병상 47개 규모의 건물이 완공됐고 의사 9명, 간호사 28명 등 134명의 직원 채용도 끝마쳐 제주시의 허가만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영리병원의 등장에 시민단체 및 의료계에서는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칫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의료영리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 영리병원은 일반 기업처럼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 비영리병원과 성격이 다르다. 의료서비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익목적으로 운영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불허한데다 허가된 4개 진료과목에는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이 적용 안돼 공공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에 대해 “의료법에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 거부할 수 없다고 돼있는데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문화 된 규정이 없다”며 “내국인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위법으로 판단되면 진료대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내국인 진료 불허를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시행된 제주 영리병원 허가 관련 공론조사도 1~3차 모두 ‘불허’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 원 지사의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는 사실상 도민 의견과 반대되는 결정인 셈. 5일 도내 30개 노조·단체·정당 등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지방선거 전에는 공론조사 실시로 영리병원 개설에 대한 비판을 피해간 뒤 선거가 끝나자 민주주의 절차와 도민 의견까지 무시하고 개설허가를 하겠다는 것은 도민 기만행위”라고 이번 결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원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원 지사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지금 공론위원회에서 내건 ‘손해 배상도 도민 피해가 없도록 해라’, 그리고 ‘헬스케어 타운도 기능을 다 살려라’, ‘대신 이걸 영리 병원이 아니라 비영리로 했으면 좋겠다’, 이 세 가지 주문을 다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모든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며 “어떤 비난이나 이런 문제 제기가 있다 하더라도 제가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단계에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 지사는 이어 “이번 녹지국제병원도 보건복지부의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2015년에 이미 받았고 거기에 따라서 다 지어졌기 때문에 저희가 불가피한 허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의료영리화가) 국내 일반 병원에 확산되는 건 국회에서 의료법을 전부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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