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선거제도 개편으로 두고 정당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선거제 개편 시 잃을 것이 많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지난 4일부터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5일 농성 모두발언에서 “의회가 중심이 되고, 내각이 제대로 권능을 회복하는 그러한 제대로 된 민주정치를 해야 한다”며 “그 첫걸음이 선거제도의 개혁이고, 선거제도의 개혁은 국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편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먼저 제안한 내용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저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논의 시점이 되자 정당별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가 바뀔 시 각 당의 손익계산서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

기존 선거제도는 47석의 비례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으로, 의미있는 정당지지율을 올리고 있지만 지역구 당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소수정당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대 총선에서 7.23%의 정당득표율을 올렸던 정의당은 지역구 2석 및 비례 4석으로 총 6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연동형의 경우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역구 20석을 얻은 정당이 정당득표을 20%를 기록했다면, 전체 의석 수의 20%에서 지역구 20석을 뺀 나머지 40석을 추가로 배분받는 식. 이 경우 정의당은 20대 총선에서 총 22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전체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문제는 있지만 소수 정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 한국당 등의 경우 정당득표율이 지역구 득표율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사실상 추가 의석을 배분받기 어렵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37.0%지만 정당득표율은 25.54%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민주당이 지금 같은 수준의 의회 장악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는 지역구 득표율 38.3%, 정당득표율 33.50%였던 당시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을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별로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배분되는 비례 의석을 권역별로 할당해 해당 권역 정당득표율과 연동시키자는 것. 예를 들어 민주당은 지난 총선 경북에서 단 한 명의 지역구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경북 내 정당득표율은 약 12.9%였다. 이 경우 민주당도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대구경북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또한 권역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서울에서 기존보다 많은 의석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권역형도 기본적으로 소수정당에 유리한 방식이지만, 지역기반이 확고한 정당의 경우 확실한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는 동시에 불리한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권역형 비례대표제는 이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제시한 3개 선거제 개혁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정개특위는 지난 3일 ▲소선거구제 + 권역별 비례제(연동형) + 의원정수 유지 ▲도농복합 선거구제 + 권역별 비례제(연동형/병립형) + 의원정수 유지 ▲소선거구제 + 권역별 비례대표제(연동형) + 의원정수 확대 등 3개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선거구제 및 의원정수의 차이가 있을 뿐 3개 안 모두 권역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는 의원정수 확대에 민감한 국민 여론과 전국 단위 연동형에 대한 민주·한국당의 반발을 고려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개 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어 권역별 비례대표제라 하더라도 의석 수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3일 여야 5당대표 모임인 초월회에서 과도한 초과의석수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도 셈이 복잡하다. 최근 젊은 세대의 보수화를 타고 지역기반 확대를 노리기 위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자칫 ‘본진’을 다른 정당에 내줄 수도 있기 때문. 이 때문에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따른 지역구 의석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도시 선거구는 한 선거구에 2~3명의 당선자를 내는 중선거구제를 적용하고, 농촌은 선거구당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것. 영남권 농촌지역에 기반이 확고한 한국당으로서는 대도시권 진출을 노리면서 지지기반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민주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2대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 도입이 쉽지 않다.

한편 야3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달라는 것. 손 대표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켜주면 된다”며 한국당에 대해서도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슬그머니 민주당 손을 들어주며 발빼려하지 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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