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turns to me and he says, "Why so serious?"

그가 내 쪽으로 돌아서서 하는 말이, "왜 그리 심각해?"

He comes at me with the knife. "Why so serious?"

그리고는 칼을 들고 내게 왔어. "왜 그리 심각해?"

위와 같은 명대사를 남긴 그 배우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프랑스어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1979년 4월 4일에 태어났다. 그는 서핑, 스케이트보드, 하키, 승마 등 스포츠 분야에서 수준 이상의 실력을 선보였는데 특히 필드하키는 17세 이하 국가 대표에 선발될 정도였지만 배우에 대한 열망으로 포기를 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누나의 도움으로 TV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데뷔를 하게 되고 그의 연기력이 인정받아 얼마 지나지 않아 헐리우드의 러브콜을 받는다.

그는 창작욕에 불타는 예술가로 늘 폴라로이드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상으로 기록을 했고 연기를 할 때면 영화 속의 그 캐릭터 자체가 되어야 직성이 풀렸다. 결국 그는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연기를 하려고 애썼고 히어로가 주인공인 어느 영화에서 상대 악역을 맡았을 때는 3주간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악역 캐릭터 자체가 되어 살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배우가 아닌 연출에도 관심이 있어 그 영화 촬영 내내 자신의 분량이 없어도 촬영장에 나타나 감독 옆에 앉아 연출을 배우고는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완벽한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늘 불면증에 시달렸고 그로인해 약을 복용했으며 2008년 1월 22일, 30살도 안된 짧은 인생을 뒤로하고 긴 잠에 들어갔다.

1972년 10월 3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난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수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우로 진로를 바꾸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TV와 영화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명배우였지만 그의 선택에 반대를 한다. 배우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이라는 걸 잘 아는 그의 아버지이기에 반대를 한 것인데 그는 그런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라도 하려는 듯 홀로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우고 공채 탤런트 시험에도 혼자 힘으로 당당히 합격함으로써 마침내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아 연기 생활을 이어간다.

1975년 아버지가 연기했던 어느 TV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40여년이 지난 후 리메이크가 되는 같은 내용의 TV 드라마에서 아버지가 맡았던 주인공 역할을 똑같이 맡으면서 그는 연기자로서 인생의 정점에 이른다. 그런 그가 2017년 10월 30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하고 만다.

앞서 말한 헐리우드의 배우가 바로 히스 레저로 그가 3주간 외출도 않고 심혈을 기울인 역할이 바로 배트맨이 주인공인 영화 ‘다크 나이트’의 상대 악역인 조커 역할이며 뒤에 언급한 우리나라의 배우가 바로 김주혁이며 시대를 넘어 같은 내용의 드라마에서 아버지가 맡았던 주인공을 이어 받은 배역이 바로 ‘허준’이다.

히스 레저와 김주혁은 공통점이 있다. 이 세상을 떠난 후 악역을 연기한 유작으로 유명 영화상에서 사후 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히스 레저는 영화 ‘다크 나이트’로 2009년 제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그리고 김주혁은 영화 ‘독전’으로 얼마 전 열린 제 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불꽃같은 그들의 연기는 하늘나라에 간 후에도 인정을 받은 셈이지만 그들은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직접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들의 짧은 생애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연기 인생은 오래도록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살아 숨 쉴 것이다. 천재는 단명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천재가 남긴 업적은 시대를 초월해서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과 같은 명품 연기를 하는 진정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필자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공포 미스터리 작가다. 이십대에 유니텔 등 각 PC통신사로부터 최고의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작가로 선정됐으며, 뉴시스에 공포 미스터리 소설 ‘악령의 추종자’를 연재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극과 영화 보기를 즐겨했으며 현재는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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