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대표 인사에 금융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윤경은 KB증권 사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전병조 KB증권 사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연말 인사시즌을 맞아 증권가에도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연임이 유력했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2년간 지켜온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곧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증권사 대표들의 거취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KB증권을 함께 이끌어온 윤경은·전병조 사장이 내년에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된 이래 통합 법인의 ‘투톱’으로 사업부문을 분할해 관리해왔다. 윤 사장은 자산관리(WM) 및 세일앤트레이딩(S&P)을, 전 사장은 투자금융(IB)과 홀세일(WS)을 총괄하는 형태였다.

통합 당시 KB증권 수장을 KB금융 출신과 구 현대증권 출신 중 누구에게 맡기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윤 회장의 선택은 두 조직 출신 인사를 한 명씩 대표로 세우는 각자 대표체제였다. 양사 출신 직원들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잡음을 막기 위한 안전한 결정이었던 셈.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첫 번째 임기 만료시점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둘 중 한 명을 선택해 조직 통합을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서로 다른 조직 출신의 두 대표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하지만 윤·전 대표 모두 각자 맡은 사업부문에서 실적 향상을 이끌었던 데다, 통합 첫 해 두드러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연임이 결정됐다.

하지만 두 대표의 두 번째 임기가 오는 12월31일 임기가 만료되면서 KB증권의 각자대표체제가 3년차를 맞이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다양한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KB증권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두 대표의 연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KB증권의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4조8845억원, 영업이익 2983억원, 순이익 2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6%, 20.2%, 66.5% 증가했다. 올해 증시 침체 분위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지표다.

두 대표가 맡은 사업부문의 실적도 고르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윤 대표의 경우 S&P에서 상반기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위탁 및 자산관리부문의 상반기 순익은 1290억원으로 전년 동기(391억원) 대비 세 배 이상 성장했다. 전 대표가 이끄는 투자은행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이 599억원으로 전년 동기(1057억원) 대비 40% 이상 감소했으나, 미국·홍콩·베트남 법인을 흑자 전환시키는 성과를 냈다. 기업금융 또한 3분기 들어 10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CEO가 교체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B증권이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지만 규모에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경쟁사들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4135억원, NH투자증권 3498억원, 삼성증권 2968억원으로 모두 KB증권보다 앞선다. 자기자본이익률(ROE)로 따져도 KB증권의 연 환산 ROE가 7.1%인 반면, 3개 증권사는 모두 8%를 넘어선다.

게다가 금융업계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신한금융투자가 KB증권을 제친 것도 윤종규 회장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금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약 2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3%나 성장하면서 KB증권을 역전했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신한금투가 3분기 각각 1.10%, 9.4%를 기록한 반면 KB증권은 0.69%, 6.36%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에서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안정보다 변화를 추구할 새 CEO를 뽑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 KB증권 대표 후보자를 논의하기 위한 1차 회의를 열고, 윤경은·전병조 대표를 포함한 다양한 인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표 중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아니라 아예 새 얼굴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 ‘투톱’의 연임 여부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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