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 전북지회장 겸 대회협력부장이 헤드랜턴을 머리에 쓰고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의 불똥이 엉뚱하게 학부모와 영유아들에게 튀고 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자, 사립유치원이 휴·폐원을 신청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 정부·여당에서는 폐원을 고집하는 유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고 있으나,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 사립유치원, 휴·폐원으로 정부에 맞불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29일 기준 전국 사립유치원 19곳이 폐원 또는 원아모집 중단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각 시·도 교육청에 폐원을 신청한 곳은 충북 2곳, 충남 1곳, 인천 1곳, 경기 1곳, 경북 1곳 등 총 6곳이다. 이밖에도 12개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폐원 의사를 전달했으며, 1곳은 원아모집을 중단한 상황이다.

사립유치원의 휴·폐원은 이미 비리유치원 논란이 터지기 시작할 때부터 우려돼온 반응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조직적 대응이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상황에서 개별 유치원의 폐원은 정부의 비리유치원 대책에 대응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휴·폐원에 대해 개별적인 결정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조직적인 휴·폐원이 더 큰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비리유치원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24일 부산 지역 사립유치원 200여곳의 집단 휴업 결정에 대해 “집단 휴원은 원장 개인의 결정”이라며 “비대위가 이에 대해 결정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휴원을 예고한 부산 지역 유치원들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집단휴원 결정을 철회했다.

하지만 정부가 확고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의지를 보이자 개별적인 폐원 움직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JTBC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한 사립유치원 설립자는 자신의 비리를 고발한 현직 원장을 해고하고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다른 사립유치원 원장도 감사결과 공개로 비리가 드러나자 유아교육자로서 자부심을 느껴왔지만 비리유치원으로 낙인찍혀 폐원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 사실이 보도됐다.

◇ 교육부, “학부모 동의 없는 폐원 불가”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일방적인 폐원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8일 “유치원이 폐원·모집중단 등을 할 경우에는 학부모의 사전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고 유치원 운영위원회와 사전 협의도 거치도록 교육부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지난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일방적 폐원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교육부는 폐원을 신청하거나 추진 중인 사립유치원의 원아들을 인근 국·공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배치하고 통학차량을 지원하는 등 당장 시급한 지원대책도 마련 중이다. 법적인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폐원을 강행하겠다는 일부 사립유치원의 행보에 대응해 원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 대책에 대한 반발로 폐원을 고집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특별 감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29일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결과 공개와 관련, 정당한 사유 없이 폐원을 발표하거나 원아 모집 중지 및 보류로 학부모 불안을 조장하는 사립유치원을 우선적으로 특정감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육감은 “유아 학습권과 학부모 신뢰를 흔드는 사립유치원 현실이 안타깝다”며 “유아 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든 사립 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계속된 비리유치원 논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이 아이들의 보육을 위해 납부한 세금이 그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사익에 유용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다”며 “재정이 지원되는 되는 모든 보육, 교육 시설의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등의 근본적인 시정 조치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 사립유치원 강경 대응, 정답일까

현행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무단 폐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비리유치원’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법적 처벌과 상관없이 문을 닫겠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유총은 29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사립유치원은 개인이 생업으로 해왔던 사업”이라며 “설립자가 투자한 부분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수준에서 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국공립 유치원에서 사용 중인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적용에 대해서도 여전히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 또한 사립유치원 사업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헤드랜턴을 쓰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김 지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이것을(헤드 랜턴) 쓰고 새벽에도 일을 한다”며 “아이들 30명을 돌보며 인건비도 못 받고, 교사들 봉급 주고자 아파트·자동차도 팔았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전부 루이뷔통은 아니다”라고 울먹였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사업자들의 반복된 주장이 여론에 먹힐 지는 미지수다. 당장 전날 국감에서 화제가 된 김 지회장은 헤드랜턴을 쓰고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지만, 정작 누리꾼들은 김 지회장이 입고 나온 고가의 옷을 지적하며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T브랜드의 제품으로 추정되는 김 지회장의 셔츠는 만약 정품이라면 약 60만원에 판매 중이 제품이다. 누리꾼들은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새벽에 일한다더니, 국감에는 명품을 입고 나왔다”며 “보유한 명품 옷중에 제일 저렴한 걸 걸치고 나온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유총은 30일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비공개로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 방침에 대한 대응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사립유치원의 죽음을 의미하는 검은색 복장을 이번 토론회의 드레스코드로 정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논의를 마친 후 과연 달라진 태도를 보일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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