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미 연방수사국(FBI)>

[이코리아] 미국 사회가 반복된 대형 증오범죄로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반(反)트럼프 인사에 대한 폭탄테러 시도로 충격을 받았던 미국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대교 회장에 대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사망하면서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다른 인종이나 종교, 성별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고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가 증오범죄에 대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 72시간 동안 세 건의 증오범죄 발생

지난 2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는 로버트 바우어스(48)가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해자 바우어스는 범행 이전부터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SNS 등을 통해 표출해온 극렬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졌다.

CNN은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발생한 여러 범죄들을 지목하며 미국 사회가 증오범죄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24일 그레고리 부시(51)라는 폭력 전과자가 켄터키주 제퍼슨타운에서 두 명의 흑인을 총기로 살해했다. 부시 역시 바우어스처럼 이전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반복해왔으며 이로 인한 전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26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사람들에게 폭탄이 들어있는 소포가 배송돼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테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공포가 미국 전역을 감싸기도 했다.

CNN은 지난 72시간 동안 벌어진 세 가지 사건 뒤에는 모두 ‘증오’가 놓여있다면서 공통점을 지적했다. 증오범죄는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가지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 행위를 의미한다. 부시, 바이어스, 그리고 폭탄 소포를 보낸 혐으로 체포된 시저 세이약 등은 모두 흑인, 유대교, 반트럼프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을 기반으로 범죄행위에 나섰다.

<자료=미 연방수사국(FBI)>

◇ FBI 통계, 증오범죄 매년 7000건 발생

미국은 인종차별 문제의 폭력성이 점차 악화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68년 증오범죄 방지법을 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2009년 증오범죄 방지법은 인종뿐만 아니라 종교, 성적 지향, 성정체성, 신체·정신적 장애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법안으로 개정됐다.

하지만 증오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의 증오범죄 문제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증오범죄는 지난 2012년~2016년 5년간 6718건에서 7321건으로 약 600건 가량 증가했으며 피해자도 7164명에서 7615명으로 450명가량 증가했다. 처음 FBI 통계가 발표된 1996년(범죄 1만706건, 피해자 1만1039명) 통계에 비하면 소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년 7000건 가량의 증오범죄와 7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증오범죄 발생 사유를 보면 대체로 인종갈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 인종갈등으로 발생한 증오범죄는 4229건, 전체의 57.8%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이전 통계에서는 반(反)히스패닉 범죄를 인종 간 증오범죄와 다른 항목으로 집계했지만, 이를 합칠 경우 대체로 증오범죄의 60%가 타인종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로 인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인종 간 증오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는 흑인이다.  흑인에 대한 증오범죄는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인종 간 증오범죄의 50.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의외로 백인에 대한 증오범죄다. 2016년 백인에 대한 증오범죄는 876건으로 인종 간 증오범죄 중 20.7%를 차지한다. 히스패닉에 대한 증오범죄는  인종 간 증오범죄의 10.6%인 449건이다.

이번 유태인 회당 총격사건과 같은 종교적 범죄 또한 증오범죄의 중요한 발생 원인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증오범죄는 총 1538건(전체 증오범죄 중 21.0%)으로 이중 유태인에 대한 범죄가 절반 이상인 834건(전체 증오범죄 중 11.4%)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회의 강력한 반이슬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슬람교에 대한 범죄가 가장 많을 것 같지만 반이슬람 범죄는 381건(5.2%)으로 반유태인 범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적 지향에 대한 증오범죄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16년 동성애자, 양성애자에 대한 증오범죄는 총 1218건으로 전체 증오범죄의 16.6%를 차지했다. 동성애자에 대한 증오범죄 중 60% 이상은 남성 동성애자(765건)에 대한 것이었는데, ‘게이’를 ‘남성성’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미국 사회의 폭력적 일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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