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들에게 폭탄이 든 소포가 배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반트럼프 세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이 현실이 됐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 폭탄 소포, 모두 반트럼프 인사에게 배송

24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 발표에 따르면 지난 22~24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금융인 조지 소로스 등의 주소지가 적힌 우편물에서 소형 폭탄이 발견됐다. 모든 소포가 경찰 신고나 사전 검색으로 발견돼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탄 테러 시도의 대상은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나 대선 라이벌 클린턴을 포함해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최초로 흑인으로서 법무부의 수장이 된 홀더 전 법무장관은 지난 2016년 대선 결과가 발표된 뒤 클린턴 당시 대선후보가 일반 투표에서는 이겼으나 선거에서는 패했다며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중앙정보국장을 지낸 브레넌 전 국장 또한 러시아와의 공모를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헛소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밀취급권한 박탈이라는 보복 조치를 받기도 했다.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저격수’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식당에서 쫓겨난 사건이 발생하자 워터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당신과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하기로 결정할 때까지 그들을 괴롭히라”며 트럼프 사람들 거부하기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여러 차례 트럼프 정부를 향해 독설을 쏟아낸 워터스 의원은 심각한 살해위협으로 인해 텍사스와 앨라배마 주에서 열기로 한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는 또한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다.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 대선캠프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했던 소로스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는 사기꾼이며 독재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기모순적 인물”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실패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책임정치센터(CPR)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 7월 기준 약 1040만 달러(118억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며 오는 11월 열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WP, "폭탄 테러, 트럼프 말이 씨가 됐나"

반트럼프 인사에 대한 폭탄 테러 시도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테러용의자가 극단적인 트럼프 지지자일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트럼프 여론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가 일종의 ‘테러쇼’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언론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반대 세력을 향해 내뱉은 공격적인 말들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폭탄테러 대상들에게 했던 모욕적 발언들을 조명하며 “이번 주 트럼프 발언의 타깃들은 폭탄 테러라는 실재하는 폭력의 의도된 타깃이 됐다”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을 “악”(evil)이라고 지목하며 “(그들은 미국을) 통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저격수’로 알려진 워터스 의원에 대해서는 “아이큐가 낮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으며,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지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소로스 등에게 돈을 받는 전문시위꾼"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반트럼프 언론사인 CNN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공공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2008년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의 선거전략 책임자였던 스티브 슈미트는 이날 미국 온라인매체 TMZ를 통해 “트럼프는 이 나라에 냉전을 부추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는 “그의 집회는 위협으로 가득 차있으며 언론인들에게 공공의 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며 “사람들이 정적(政敵)을 죽이려는 것은 일탈행동이 아니라 트럼프의 선동이 가져온 명확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반대세력에 대한 발언 수위를 완화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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