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5G망 구축을 앞두고 LG 유플러스의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LG 유플러스 측은 화웨이 장비 도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산 통신장비의 보안문제를 거론하며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국내 통신 3사의 장비 사업자 선정 문제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점유율 1위인 SKT 의 경우 지난달 14일 “장기간 다각적 검토 끝에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차세대 이동통신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히며 화웨이를 대상자 명단에서 배제했다.

반면 KT는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웨이 장비를 포함해서) 여러 장비사와 동일선상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사업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KT는 기존 LTE망 구축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공급업체로 선정했기 때문에, 굳이 호환성 문제를 감수하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이유는 적다.

LG유플러스 또한 아직 구체적인 사업대상자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LTE망 구축 당시부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 호환성 문제도 없는 만큼, 굳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화웨이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5G 통신장비에서 타 경쟁사보다 기술력은 1분기 이상, 가격은 20~30% 이상 앞선다고 판단하고 있다.

♢ 미국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화웨이 보안 이슈

문제는 화웨이 통신장비와 연관된 보안 이슈다. 화웨이 보안 이슈에 가장 적극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다. 지난 2012년에는 미 하원 화웨이 장비가 미 안보시스템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2016년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백도어’(정상적인 인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운영체제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상 통로)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8월 공공기관이 중국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서명했다. 현재 미국은 국내외 군사기지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업체의 화웨이 장비 도입조차 금지하고 있다.

영국도 최근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영국 화웨이사이버안보진단센터(HCSEC) 감독위원회는 지난 7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화웨이 기술 프로세스에서 영국 통신망을 새로운 위협에 노출시킬 수 있는 문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영국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도 올해 장기적으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자국 통신사에 중국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호주 정부 또한 지난 8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업체가 5G 구축망 사업과 관련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 화웨이 “보안 문제 없다”, 독일 등도 도입 허용

화웨이는 미국 등이 제기하고 있는 보안 문제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존 서포크 화웨이 수석부사장 겸 글로벌 사이버보안 총괄책임 사장은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 월드 엑스포컨벤션에서 열린 기자간다회에서 “보안 우려가 있다면 와서 확인해라.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기업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일부 서구권 국가에서는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에 대해 미국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 최대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5G망 구축과 관련해 이미 화웨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일 정부 또한 “외국 기업의 5G 장비 공급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 보안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밀 조사 중인 캐나다 또한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예정이다. 캐나다 사이버보안센터 최고 책임자인 스콧 존스는 최근 캐나다 국회 공공안전 및 국가안보위원회에 출석해 “캐나다는 충분히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들 점검할 수 있어 미국과 호주가 주도하는 화웨이 장비금지 조치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26일 국감 출석

중국산 통신장비 도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각국 정보당국들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LG유플러스로서는 호환성이나 가격경쟁력을 고려할 때 화웨이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최근 소비자들이 보안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실제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8월 임시주총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 부회장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가 보안이슈에 대한 여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장비 도입 입장을 재확인할지, 새로운 사업대상자를 밝히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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