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인마켓캡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암호화폐와 관련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FATF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 방안도 내년 6월 발표할 예정이다.

FATF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204개 회원국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총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암호화폐를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가상자산'과 '암호화자산'(Crypto asset)을 병기해왔으나 이번 총회에서 용어를 통일하기로 결정한 것.

암호화폐가 화폐로 기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자산일 뿐인지에 대한 논쟁은 암호화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어져온 오래된 이슈다. 특히 화폐냐 자산이냐에 따라 규제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암호화폐의 화폐 인정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암호화폐 개발자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금융업계를 비롯한 경제전문가들은 애초에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암호화폐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시가총액 3위 암호화폐인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 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통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갈링하우스 CEO는 “(암호화폐가) 영원히 통화로서 가치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대감을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암호화폐 열풍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FATF가 ‘자산’으로 용어를 정리하면서 향후 화폐 기능에 대한 암호화폐 업계의 기대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FATF는 용어 통일 이외에도, 향후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FATF는 또한 구체적인 암호화폐 규제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샬 빌링슬리 FATF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내년 6월까지 추가적인 규제 기준과 집행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들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평가된다. FATF는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를 위한 40개 조치를 회원국들이 국내법에 반영·이행했는지를 8~10년 주기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또한 해당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만큼, 각국의 암호화폐 사업자들도 FATF의 정기 평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FATF의 새 국제기준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것이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의 합법화를 위한 것은 아니라며, 암호화폐공개(ICO)를 법적으로 금지한 한국의 경우 향후 ICO 관련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제도 도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ATF는 이번 성명서가 암호화폐 합법화를 위한 목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기존 암호화폐 업계는 국제금융기구나 정부 당국의 규제 방안을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편입된다는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해왔다. FATF는 내년 6월 발표될 암호화폐 규제가 관련 사업의 안정성이나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FATF의 성명서 발표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가라앉은 분위기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 오전 11시 현재(한국시간)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04% 하락한 6503.71달러를 기록 중이다. 시총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0.60% 하락한 205.72달러, 리플은 1.14% 하락한 0.46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날 시총 10위권 암호화폐 중 달러 연동 암호화폐인 테더와 모네로(0.86% 상승)를 제외한 8개 암호화폐는 모두 소폭 하락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