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 재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미 재무부가 17일(현지시간) 주요 무역대상국에 대한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현재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및 위안화 절하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중국에 대한 최후통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이 무려 90차례나 거론돼 있어 불과 30여 차례 정도 거론된 여타 주요 관찰대상국(독일, 한국, 일본, 스위스, 인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약 7쪽 가량의 요약문에서도 거의 절반 가까이 중국과의 교역관계 및 환율문제가 언급돼있다.

이번 재무부 보고서는 비록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재무부는 “2018년 환율은 전 세계적 균형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며 “특히 최근의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무역수지 불균형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해 4월 이후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1달러당 6.3위안 수준이었던 환율은 현재 1달러당 6.9위안까지 급격하게 상승했다. 특히 중국은 재무부 보고서가 발표되고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날 곧바로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0.25% 상승한 6.927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21개월만에 최고치다.

또한 미 재무부는 “몇몇 주요 교역상대국, 특히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적자가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며 무역불균형에 대한 불만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재무부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점진적인 경제자유화에서 국가통제를 강화하고 비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국가 보조금을 비롯한 불공정행위를 통해 교역상대국과의 경제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언론들은 재무부가 이번 보고서가 미국이 중국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무역갈등 심화를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 경제의 불투명성과 위안화 약세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올해 들어 심각한 수준으로 절하됐다”며 중국과 해당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반복해서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로이터통신 등 여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바위처럼 굴러 떨어지고 있다”, “중국이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강경 발언으로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으나, 향후 무역전쟁에서 양국 간의 갈등이 깊어질 경우 ‘환율’ 문제를 마지막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위안화 환율이 투명하지 않다며 내년 상반기 보고서를 낼 때까지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돼 재무부가 다음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현재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가 초강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1992~1994년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8.1% 가량 상승했다. 재무부 분석대로 위안화 약세가 중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의 원동력이라면, 환율조작국 지정 시 중국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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