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에는 70%의 차량이 자율주행 기능을 가지게 되며, 머지않은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운전면허를 가지고 사람대신에 운전을 할 것이다. 아무리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이 완벽하다고 해도 교통사고는 나기 마련이고 복잡한 보상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이글에서는 교통사고발생시 자율주행자동차와 운전로봇과 관련된 보상문제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자동차 관련 배상책임의 변화

자동차의 손해배상문제는 크게 형사적인 문제와 민사적인 문제로 나뉜다.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타인을 사상하게 되면, 운전자는 형법에 규정된 업무상과실 등의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특별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가 자동차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 피해자에게 불치의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면, 검사가 운전자를 기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휴머노이드 로봇이 운전했다고 한다면 피해자에게 난치의 장애가 생기더라도 로봇은 인간이 아니고 또한, 아직은 운전자도 아니므로 기소되지 않는다. 설사 로봇을 감옥에 가두어도, 로봇은 아무런 감정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하여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교통사고 배상문제는 결국 민사적인 문제로 남게 된다. 자동차의 운전자는‘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는 민법 제750조의 규정에 따라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한국의 자동차배상보험법은 운전자나 소유자의 배상능력을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의 소유자는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경우에도 사고가 제조상의 결함으로 야기되면 제조사는 별도의 민사적 책임을 지게 된다. 교통사고가 도로에 생긴 포트홀이나 낙하물로 발생한 경우에는 도로운영 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민사적인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부담 주체가 점차 운전자에서 자동차소유자로 이동하고 있다. 독일은 자율주행자 도입과 관련하여 이미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독일의 경우 아직 자율주행차량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여 일반 자동차사고의 보상한도는 65억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자율주행차 사고의 보상한도는 13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사고조사를 위하여, 비행기나 선박의 블랙박스에 운항기록계가 장착되는 것처럼 자동차에도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동차의 소유자는 교통사고가 나면 이를 의무적으로 관계당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법은 공정한 사고의 조사를 위하여 교통사고 피해자가 이들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도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자율주행차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다.‘시스템가동자책임’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제작사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시도는 있었으나, 일단 현행 체계를 유지하여 자율주행차 소유자에게 책임을 물어 피해자를 구제하기로 하였다. 제작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나중에 청구하여 회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영국의 자율주행차 소유자의 책임으로 피해자를 구제하는 규정도 다른 나라와 동일하다. 다만 소유자가 자율주행차를 무단으로 개조하거나, SW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을 일부 면제하도록 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자동차 소유자가 수시로 펌웨어를 다운로드받아 업데이트를 하거나, 자율주행자동차가 사물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보험 등장 예고

현행의 한국 자동차보험에서는 1인운전특약, 가족운전자특약, 마일리지특약, 블랙박스장착 특약 등 보험료를 인하받는 다양한 특약이 존재한다. 미국의 유명자동차 보험회사인 ‘가이코’에서 자동차보험을 가입하고자 견적을 받아보니, 사는 곳의 주소, 직업, 운전경력, 결혼유무, 년간 운행거리 등 한국보다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보험료를 산출하고 있었다. 필자는 한국에서 년간 30여만원 대의 금액으로 보험에 가입했는데, 처음 미국에서는 년간 120만원 정도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근의 시스템들은 운전경력과 주행습관만 정확히 입력하면 보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어주었다. 머지 않아 보험가입자는 복잡한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차량에 달린 사물인터넷센서나 인공지능이 분석한 운전자의 행태로 보험료를 더욱 정확하게 산출할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동차가 스스로 새로운 사용자를 찾아서 이동한다. 자동차의 주행거리는 분명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보수적으로 운전하고,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도 하지 않는다. 자동차사고의 94%는 인간의 조작실수라는 통계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율이 인간 운전자보다 크게 낮아질 경우 보험료가 훨씬 저렴한 자율주행차동차 전용보험이 등장할 것이다.

사진 출처 = Google Waymo

자율주행 정보의 실시간 전송

자율주행에 관한 법규를 만든 다수국가에서 블랙박스라고도 불리는 대쉬보드 카메라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자동차에 충돌상황 재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만간 자율주행자동차에는 단순한 영상뿐만 아니라, 엔진제어장치(ECU)의 기록, 차량내부의 대화, 속도나 방향, V2X기술로 다른 자동차와 주고 받은 정보나 도로구조물로 부터 수집한 정도까지 보관하게 된다. 필자가 한국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2017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해보니 사망사고중 약76%는 차대차사고이며, 약 17%는 차대사람사고, 차량단독사고는 약7%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보면 다른 차와 주고받은 정보나 도로의 센서와 주고받은 정보가 사고의 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블랙박스에 내장된 16GB SD카드는 4시간 정도의 영상을 기록할 수 있다. 미래에 우리가 이용할 자율주행자동차는 사고조사를 위하여 더욱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것이다. 또한 사고조사를 원활하도록 하기 위하여 운행과 관련된 정보는 적어도 3~6개월간 보관될 것이다. 최근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정보는 3년 정도는 보관해야한다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2008년부터 판매되는 차량은 ISO 15765-4의 규격에 따른 OBD2포트를 계기판 아래나 재떨이 부근에 장착하고 있다. 이 포트를 통하면 차량의 소유자나 엔지니어는 차량의 내부를 보다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현재도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에어백센서에 충돌이 감지되면 충돌 5초전의 상황부터 엔진과 관련된 모든 변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관련된 기록이 전혀 저장되지 않는다. OBD2포트는 원래 고장진단이나 배기가스제어를 위하여 개발되었지만 최근에는 차량과 사물인터넷 장비들을 연결하기 위한 통로로도 사용된다.

모바일 네트워크의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된다면 OBD2포트에 연결된 사물인터넷 장비는 자동차의 운행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기록을 도로교통당국이나 자동차 제조사로 실시간으로 전송할 지도 모른다.

현재도 사고가 많거나 법규위반이 많은 운전자의 경우 보험사가 가입을 꺼리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보험이 거절될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대신 보험회사는 운전자의 특성이 아니라, 자율주행소프트웨어의 우수성에 따라 보험료에 차등을 둘 것이다.

 

해킹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

한국 정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을 운영한다. 이 제도는 뺑소니나 무보험차량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다른 수단으로는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보상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다만 아직은 보상한도가 낮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나 후유장애를 입은 경우 1억5천만원의 범위에서, 부상을 입은 경우 3천만원의 범위에서 정부가 손해액을 지급한다. 2017년의 경우 3,585명이 139억여원의 보상금을 수령했다.

때로는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된 교통사고자 가해자를 모르는 해킹이나 제3자의 펌웨어 수정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과 유사한 구제제도를 마련하여 차량소유자나 자동차제조사의 책임을 경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량을 운전한 경우에 로봇의 소유자나 로봇의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현재 다수의 운전자가 1인 운전특약이나 가족한정 특약에 가입한다. 그래서, 대리기사들은 별도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미래에는 운전을 하는 로봇은 별도의 면허를 취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동차 대리운전기사가 가입하는 형태의 운전자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수시로 불러 이용하는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매출 급감에 울상을 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필요한 차량운행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탄소가스 배출은 상당히 감축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면 우리가 매년 지불하는 자동차보험료는 크게 내려갈 것이다. 복잡한 특약은 줄어드는 대신, 똑똑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은 보험료 인하의 혜택을 듬뿍 누리게 될 것이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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