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중국이 미국의 2000억 달러 규모 추가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원유 수입 중단을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招商局) 에너지운수(CMES)의 셰춘린(謝春林) 대표는 전날 홍콩 글로벌 해운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주요 운송업체 중 하나”라며 “(무역전쟁) 이전까지 사업은 순조로웠지만 이제는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지난 9월부터 미국산 원유의 중국 운송이 중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국제 원유시장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일간 8400만 배럴로 미국의 7900만 배럴을 이미 넘어섰다. 무역전문매체 ‘월드 톱 엑스포트’(worldstopexports.com, WTEx)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약 1622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수입해 전 세계 원유 수입의 18.6%를 차지하는 원유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를 2012년 67%에서 지난해 56% 낮추는 대신 러시아, 브라질, 미국산 원유의 수입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량은 2016년 1월 741만6000배럴에서 올해 6월 2037만8000배럴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7년 중국은 약 32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원유 수입를 수입하며 미국 원유 수출의 가장 큰 고객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미국이 총 2180억 달러의 원유를 수출한 것을 고려하면, 미국산 원유의 약 14.7%를 중국이 구매한 셈이다. 이처럼 미국산 원유의 최대 고객인 중국이 수입을 중단한 이상, 미국 에너지업계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내놓을 패가 원유 수입 중단 외에는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연이은 관세 조치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약 1100억 달러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약 1539억 달러로 이미 대미수입의 71.5%에 관세를 부과한 상황. 더 이상 보복관세로 맞대응하기에는 양국의 무역관계 상 무리가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 중단 조치가 장기간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원유만큼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미국 셰일산업이 성장하면서 미국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다른 산유국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게 됐기 때문.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중개되는 WTI(West Texas Intermediate, 서부텍사스중질유)는 유황 함유량이 중동 두바이 원유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고가에 거래돼왔지만, 2011년 이후 생산량이 증대되면서 가격이 역전됐다. 현재 WTI는 배럴당 76.23달러로 두바이 원유(77.25달러)보다 1달러 가량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미국이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저유황중질유를 일반중질유 가격으로 할인받아 수입해왔다. 중국이 마지막까지 미국산 원유에 대한 관세 조치를 망설인 것도, 저렴한 미국산 원유를 통해 중동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싶었기 때문. 실제로 중국은 지난 8월 160억 달러의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결국 마지막에 원유를 대상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AMP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인 셰인 올리버는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수입원유에 관세를 물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꼴”이라며 “중국 경제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해소하고자 하는 다른 국가들의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미국 에너지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중국이 이번 조치로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국제 유가를 상승시켜 미국 내 반트럼프 분위기를 조장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일프라이스는 지난 2일 “중국은 높은 유가가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국은 원유 카드를 활용해 공화당이 상원에서 보유한 2석의 우위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서아프리카에서의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가 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10월 들어 매일 평균 171만 배럴의 원유를 서아프리카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11년 자료가 수집된 이래 최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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